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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1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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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인터넷의 활용으로 철저한 예방 교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에는 사스 환자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김 장관의 이 같은 분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국립보건원 방역 담당자들은 인터넷의 긍정적 역할보다는 역기능 때문에 오히려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스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근거 없는 유언비어는 공포감을 조성하고 정부의 대책추진을 방해하고 있어 큰 문제라는 것이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마련한 ‘사스 대책 긴급 좌담회’에 참가한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네티즌들의 유언비어 유포가 방역에 가장 큰 짐”이라고 말했다.
사실 주요 인터넷 게시판에 오르는 네티즌들의 사스 관련 의견은 상당수가 무책임하고 근거가 없는 내용들이다.
많은 네티즌은 “정부가 하는 일이 고작 손 씻기 강조냐”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손 씻기가 질병 예방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손을 제대로 씻는 법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 네티즌은 대형 병원에 근무하는 감염 전문가가 격리병원 지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자 “그럼 당신 병원을 지정병원으로 정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네티즌이 왜 격리병원 지정이 필요한지, 병원에서 일반 환자들이 2차 감염되는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궁금하다.
중국에서 귀국하는 유학생을 비난하거나 귀국을 일절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들도 있다. 또 성경, 노스트라다무스, 조선 중기 예언서 등을 들먹이며 인류멸망설을 주장하는 무책임한 글들도 많다.
물론 이런 네티즌들이 전체 국민의 의식 수준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허무맹랑하고 무책임한 유언비어가 인터넷을 도배질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많지 않을 것이다. 이로 인해 방역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 초 언론에 조심스럽게 보도된 ‘사스 공기 전파설’은 인터넷에서 진실인양 확산됐다. 이를 근거로 주민들이 시위를 벌여 결국 서울의 한 병원이 사스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 장관은 네티즌의 이런 글들을 본 적이 있는가. 이번 사스 파동을 지켜보면서 정말 두려운 것은 사스 자체의 파괴력이 아니라, 일부 시민들의 성숙되지 못한 의식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이성주 사회2부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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