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마라톤 性대결 인터넷 응원 ‘후끈’

  • 입력 2003년 3월 16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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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마라톤에서 남녀 성대결을 펼친 남영표씨(왼쪽)와 박미란씨가 레이스에 앞서 서로 승리를 장담하며 주먹을 굳게 쥐어 보이고 있다. -특별취재반
동아마라톤에서 남녀 성대결을 펼친 남영표씨(왼쪽)와 박미란씨가 레이스에 앞서 서로 승리를 장담하며 주먹을 굳게 쥐어 보이고 있다. -특별취재반
남자와 여자가 마라톤 시합을 벌이면 누가 이길까. 그것도 여자가 11분을 접어준다면?

동아마라톤에서 펼쳐진 남녀 성대결이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성대결에 나선 사람은 인터넷 마라톤 동호회 런너스클럽 회원인 남영표씨(45)와 박미란씨(38·여). 도전장을 낸 것은 남씨였다. 최고기록은 박씨가 3시간58분27초로 남씨의 4시간27분19초보다 30분가량 빨랐지만 남씨가 스스로를 자극하기 위해 대결을 제안한 것.

“40대 남자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남씨는 이달 2일 서울마라톤 대회에서 3시간45분대 기록을 세우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박씨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이미 3시간39분대 기록을 세운 데다 꾸준히 강도 높은 훈련을 해왔기 때문.

런너스클럽(http://cafe.daum.net/runners) 회원인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은 박씨를 지지하는 ‘빨간나라’와 남씨를 응원하는 ‘파란나라’로 동호인들이 나뉘면서 열기를 더해 갔다. 백지연씨(28·여)는 ‘여성의 끈기와 근성’에, 김은숙씨(28·여)는 ‘남성의 일취월장’에 기대를 걸었다. 회원들은 각 선수의 식사지원에서부터 전담 마사지사, 일지 등을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까지 맡는 등 대결을 준비했다.

두 사람의 경기 모습은 열성 후원자인 김상근씨(45)와 우성환씨(38)가 함께 달리며 전화한 내용이 실시간으로 인터넷 카페에 올려지면서 전국 1만여 마라톤 동호인들을 긴장시켰다.

성대결의 응원전은 박씨가 16일 자신의 기록을 무려 20분이나 단축하며 3시간39분28초 만에 결승점을 통과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곧이어 남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 출입구와 결승점 주변의 동호회원들은 “힘! 힘! 힘!”을 외치며 환호했다.

결국 남영표씨가 박씨에게 9분2초 뒤진 3시간49분26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 성대결의 승자가 됐다. 박미란씨가 먼저 들어왔지만 남씨에게 ‘11분의 덤’을 주었기 때문.

박씨는 “남씨가 다시 도전해 온다면 제대로 응수해 주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남씨는 “내기에는 이겼지만 오늘은 우리 모두가 승리한 날”이라며 박씨의 손을 들어올렸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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