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서 윤락거래… 인터넷 ‘쪽지’통해 현장 性매매

  • 입력 2003년 3월 2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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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8시반경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PC방. 인근 룸살롱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김모씨(21) 등 짙은 화장을 한 10, 20대 여성 10여명이 인터넷 채팅을 하고 있었다. 서울의 룸살롱에 본격적으로 손님이 몰리는 오후 10시가 되자 이들은 종업원으로 보이는 남자에 이끌려 승용차에 올라타고 사라졌다.

고교생 김모양(18·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은 용돈이 필요하면 PC방에 간다. 오후 10시가 넘으면 PC방을 한바퀴 돌면서 어깨 너머로 채팅이나 바둑, 고스톱을 즐기는 ‘아저씨들’의 ID를 확인하고 자리로 돌아와 ‘쪽지’를 날린다. 쪽지가 몇 차례 오고간 뒤 김양은 PC 이용료를 계산해 준 ‘아저씨’와 함께 여관으로 향한다.

최근 일부 PC방이 윤락과 탈선의 ‘중간시장’으로 변질되면서 전체 PC방을 욕 먹이고 있다.

강북구 수유동 E주점 등에 다니는 김모씨(21·여)는 오후 6시쯤 집을 나서 집 근처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하고 8시반경 다른 유흥업소 종업원들과 함께 인근 PC방으로 모인다.

지난해 여름 가출한 고교 중퇴생 문모양(17·충남 천안시)은 친구 유모양(17)과 서울시내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8개월 째 가출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PC방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PC방 이용요금을 내줄 것을 부탁하고 대신 그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한다.

또래 학생들이 많은 학원가나 주거지 일대의 PC방을 옮겨다니는 문양은 “버디버디나 세이클럽 등 인터넷 채팅은 경찰 등의 함정수사가 많아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라며 “온라인 게임 등을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거나 손쉬운 PC방 내 ‘헌팅’을 통해 용돈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서울지검이 지난해 청소년 성매매(원조교제) 사건 128건을 분석한 결과 성 매수자와 청소년이 접촉하는 수단은 인터넷 채팅이 78.1%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접촉을 시도한 장소는 성 매수자의 33.3%, 청소년의 59.4%가 각각 PC방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종암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김창호 계장은 “PC방-업소-윤락으로 이어지는 현장을 확보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돼 단속이 쉽지 않다”며 “더구나 윤락행위 등에 관한 방지법이나 청소년보호법을 적용하는 것도 관련법의 미비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PC방 업주 모임인 서울 인터넷 PC방 협동조합 박성화 본부장(35)은 “윤락이나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밤 시간대에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시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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