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노트북 ‘작은 거인’…속도-용량 데스크톱급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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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테크노마트 노트북매장에서 손님들이 데스크톱 이상의 기능을 갖춘 ‘슈퍼노트북’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 테크노마트
서울 테크노마트 노트북매장에서 손님들이 데스크톱 이상의 기능을 갖춘 ‘슈퍼노트북’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 테크노마트
상장기업의 주주관계업무를 대행하는 IR큐더스의 이원규 이사(39)는 노트북PC만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초부터 멀티미디어 자료를 취급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보다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빠른 데스크톱PC를 장만했다.

PC 두 대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의 업무 스타일도 바뀌었다. 노트북에는 메신저와 e메일 등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항상 띄워놓고 업무 중에 메시지를 체크하기 위해 마우스를 클릭하는 횟수를 줄였다. 회사 서버에 저장된 e메일 등 각종 정보를 노트북에 담아 다니기 시작하면서 밤 11시던 퇴근시간도 6시로 앞당겨졌다. 그는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자녀들과 10시까지 놀아준 뒤 밤 10시부터 업무를 다시 시작, 일을 마무리짓고 잠자리에 든다.

그에게 ‘데스크톱’급 노트북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그는 “노트북은 화면도 작고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보조’ 수단으로 써 왔는데 요즘 나온 노트북을 사용하면 어디에서든 ‘사무실 수준’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노트북 교체를 고려 중.

▽경차 한 대 값=이 이사와 같은 ‘투(two)PC족’이 늘어나는 데다 무선랜 보급 등으로 데스크톱을 노트북으로 교체하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데스크톱의 성능을 능가하는 ‘슈퍼 노트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테크노마트 노트북 매장 ‘네오멀티’의 이남건 사장은 “요즘 많이 팔리는 노트북은 256MB메모리와 40GB 하드디스크가 기본이며 값은 200만원 후반∼300만원 초반대가 많다”고 말했다. 고객 대부분은 데스크톱 급 성능에 ‘이동성’을 더하기 위해 데스크톱 값에 서슴없이 100만원을 더 쓴다는 것.

노트북도 ‘명품’을 찾는 고객들은 ‘경차 한 대 값’을 투자하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경차급’ 노트북 ‘센스T10’(ST10-JB542/220)은 인텔 모바일 펜티엄4 2.2GHz 급 중앙처리장치(CPU)에 512MB 급의 메모리와 40GB의 하드디스크를 갖췄다. 무선랜 기능과 돌비 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카드와 스테레오스피커가 내장돼 있어 사무실에서는 ‘데스크톱보다 좋은 PC’로, 가정에서는 ‘홈시어터’ 대용으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지문인식 시스템으로 보안기능을 강화했으며 케이스도 충격에 강한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작했다. 값은 567만원이지만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들고 다니는 홈시어터=노트북 제조업체들이 내놓는 ‘데스크톱 급 노트북’의 특징은 △넓어진 모니터 △강화된 멀티미디어 기능 △가벼운 무게로 요약된다.

삼보컴퓨터의 드림북G7은 국내 최초로 15.2인치 화면을 극장화면(16 대 9)에 가까운 15 대 10의 비율로 제작했다. 슬라이딩 방식의 DVD롬 드라이버로 이동 중에도 간편하게 영화감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5.1채널 스피커를 지원하는 사운드카드를 갖췄으면서도 무게는 2.8㎏이며 값은 319만9000∼339만9000원.

LGIBM이 최근 내놓은 ‘X노트’(NZ2SF4B00S·299만9000원)는 기존 ‘싱크패드’ 시리즈의 ‘얇고 견고한 전문가용’ 이미지에서 벗어난다. 15인치 대형 모니터와 ‘미세가스 사출방식’으로 제작해 더욱 강해진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긴 스테레오 사운드카드, DVD·CD-RW 콤보 드라이브, 40GB의 하드디스크와 256MB 메모리가 뛰어난 성능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의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 삼보컴퓨터 박일환 부사장은 “‘비싼 노트북은 안 팔린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시장 조사 결과 ‘슈퍼 노트북’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분간 노트북이 고성능 PC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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