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 쥐’ 세계 최초 유전자 융합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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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주입한 ‘잡종 쥐’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태어났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소장 박세필)는 수정된 지 4일이 지난 생쥐의 배반포기 배아에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주입한 뒤 대리모 쥐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법으로 6일 7마리, 27일 4마리 등 모두 11마리의 ‘잡종(키메라) 쥐’를 탄생시켰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소는 이 쥐들의 인간유전자 발현 여부를 검사 중이다. 이들 쥐에 사람의 유전자가 나타났는지를 확인하는 데 최소한 1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세필 박사는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이미 태어난 쥐에게 주입하는 실험은 있었으나,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생쥐 배아에 넣어 쥐가 태어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 형광유전자를 주입한 뒤 120∼150개의 세포로 분열한 배반포기의 생쥐 배아에 마리당 8∼12개의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했다. 형광유전자를 배아줄기세포에 넣은 것은 줄기세포가 쥐의 배아에 제대로 주입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박 박사는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쥐의 배아에 주입하면 줄기세포가 실제 생체 내에서 여러 조직과 장기로 어떻게 분화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인간과 유사한 질병모델 쥐도 만들 수 있어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 임상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며 “이번에 태어난 쥐는 모두 일반 쥐와 똑같은 모습이어서 반인반수의 괴물 탄생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 종교단체들은 동물과 인간의 세포를 융합하거나 유전자를 섞어서 새로운 동물을 만들어 내는 데 대해 반대하고 있어 윤리 논란이 예상된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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