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쇼핑몰서 외국상품 샀어요"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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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을 통해 그동안 못한 옷 얘기를 실컷 할 수 있어 좋다”는 박준화씨. 이 사진은 13일 박씨가 미국 해리스버그 자신의 집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것을 14일 e메일로 보내온 것이다.
“쇼핑몰을 통해 그동안 못한 옷 얘기를 실컷 할 수 있어 좋다”는 박준화씨. 이 사진은 13일 박씨가 미국 해리스버그 자신의 집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것을 14일 e메일로 보내온 것이다.
“어머머, 너 이 옷 어디서 샀니? 누가 외국에서 사 온 거지?”

주부 오희주씨(32·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최근 딸 민지(3)를 친구 모임에 데리고 나갔다가 친구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백화점에서 파는 옷은 모두 외우다시피 하고 있는 ‘엄마’ 친구들이 민지가 입은 ‘짐보리’ ‘오시코시’ 브랜드 옷의 출처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나타낸 것. 화려한 디자인이나 색상을 좋아하는 ‘한국정서’와는 전혀 다른 데다 바느질이나 옷감도 그들이 알고 있는 백화점 옷과는 달랐다.

오씨는 “인터넷을 뒤지다가, 예쁜 옷이 있기에 주문했다”고 말했으나, 그 인터넷 쇼핑몰을 미국의 한 교포가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 뒤였다.

▽교포 쇼핑몰의 탄생=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의류 잡화 등 이국적인 상품을 살 수 있는 곳으로 현지 교포나 이민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이 인기다. 이들은 대부분 현지에 즐비한 이국적인 제품 중에서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것을 ‘직감적’으로 골라 부업 형태로 인터넷에 가게를 차린 주부들.

2000년 4월 결혼 후 직장이 미국인 남편을 따라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은 박준화씨(31)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패션 광’이었다. 매주 이틀씩은 백화점이나 서울 압구정동 청담동으로 ‘출근’했다. 옷은 거의 사지 않으면서도 새로 나온 옷을 만져 보면 기분이 좋아지며 스트레스가 풀리는 스타일.

그런 그는 미국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가 사는 펜실베이니아주의 해리스버그 같은 ‘촌구석’의 상가에서는 그의 취향에 맞는 옷을 찾을 수 없었고 자연 스트레스도 쌓여갔다. 그러던 중 그는 임신을 했고 옷에 대한 관심도 아동복으로 쏠렸다.

그는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몇 시간씩 차를 몰고 뉴욕 같은 대도시의 쇼핑몰에서 아기 옷을 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런 옷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텐데, 한국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 싶은 옷들이 눈에 띄었다.

기회다 싶어, 옷 유통망을 찾아 거래처를 확보하고 아기옷 쇼핑몰 ‘아이피콜리’(www.ipiccoli.com)를 차린 게 지난해 12월.

박씨는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서처럼 옷 얘기를 나눌 친구들이 없어 무료했는데, ‘쇼핑몰’을 통해 친구와 같은 고객들과 옷 얘기를 실컷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여기가 인터넷 미국 쇼핑몰=박씨와 비슷한 동기로 차린 인터넷 쇼핑몰은 이 밖에 ‘꼬마나라’(www.komanara.com), 코끼리(www.kokiri.com), ‘베스트드레서’(www.bestdresser.net), ‘비타민스위스’(www.vitaminswiss.com), ‘시커스’(www.seekersusa.com) 등.

미국에서 운영하는 ‘꼬마나라’와 ‘코끼리’에서는 ‘폴로’ ‘한나 앤더슨’ ‘오일릴리’ 등의 유아용 의류와 각종 유아용품, ‘베스트드레서’에서는 ‘아메리칸 이글’ ‘포실’ ‘J 크루’ 등의 성인용 의류를 판매한다.

캐나다의 교포 홍준기씨가 운영하는 비타민스위스에서는 캐나다산 각종 건강식품을, 미국 텍사스주에서 사업자등록을 낸 ‘시커스’에서는 다이어트 및 건강식품을 팔고 있다.

이들 쇼핑몰들은 대부분 제품을 현지에서 발송하기 때문에 주문 후 7∼10일 정도를 기다려야 물건을 받아볼 수 있으나, ‘희소성’을 인정받아 탄탄한 고정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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