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날 언제쯤” 닷컴 울상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7시 47분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대중화에 가속이 붙기 시작할 당시 정보기술(IT)업계의 총아는 단연 ‘닷컴’이었다.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사이트를 인터넷에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모인 사람들을 상대로 직접 물건을 팔기도 했다. 아예 가게도 내줘 상인들에게 임대료도 받으면서 돈을 번다는 것이었다. 기업들은 사람을 모으는 데 필요한 유예기간 2∼4년을 투자자들에게 요구했고 투자자들은 그들을 믿었다.

그리고 2∼4년이 지났다.

▽위기의 프리챌〓2000년 1월1일 문을 연 프리챌은 출범과 동시에 마케팅비용 70억원을 쏟아 부으면서 단숨에 회원 1000만명을 확보했다. 그러나 소규모 광고수익 외에 뚜렷한 돈벌이를 하지 못하고 올 들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11월14일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100여만개의 커뮤니티는 8일 현재 21만개로 줄어들었으며 유료 회원수는 16만명을 기록중이다. 커뮤니티 서비스 고급화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존 고객들이고 신규 고객은 거의 없어 장기적으로 유료화 모델이 성공할지 의문이다. 최근에는 대표이사가 횡령혐의로 구속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불안한 다음〓회원 3500만명을 갖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최근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며 실적발표를 했다. 그러나 매출의 대부분은 입점업체들의 물건을 대신 팔아주는 쇼핑몰에서 났으며, 다음은 ‘임대료(수수료)’뿐만 아니라 업체들이 판 물건값까지 매출로 계산했다. 다음측은 “다음은 삼성몰이나 CJ몰과 같은 부류의 업체이기 때문에 물건값을 매출로 잡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으나 인터넷 업체의 회계기준이 바뀌는 2003년부터는 수수료만 매출로 계산해야 하는 처지. 다음은 9월 “향후 4, 5년 뒤 다음에 돈을 벌어 줄 새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박사급 인력 수십명을 보강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한 명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거대자본의 위협, 안정적 네오위즈〓넷츠고와 라이코스가 통합한 SK커뮤니케이션즈의 유무선 인터넷 연계 서비스 ‘네이트온’은 시범서비스 시작 한 달 만에 사용자 30만명을 넘어섰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2003년에는 마케팅비용으로만 100억원+α를 쓸 계획이어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네오위즈는 아바타 판매와 제휴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액(3·4분기 111억원) 대비 20%대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교보증권 기업분석팀 김창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닷컴기업의 경쟁이 옥석을 가려내는 ‘1차대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선두기업끼리 다투는 ‘2차대전’”이라며 “여전히 존재하는 틈새시장을 메우며 앞서가는 닷컴기업을 중심으로 3, 4년 뒤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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