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가려움증 “가렵다고 벅벅 긁지 마세요”

  • 입력 2002년 9월 29일 17시 13분


피부나 두피가 가렵다고 자꾸 긁으면 더 가려워지며 상처가 나서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가려움증이 심하면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지 알아보고 적절하게 치료해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피부나 두피가 가렵다고 자꾸 긁으면 더 가려워지며 상처가 나서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가려움증이 심하면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지 알아보고 적절하게 치료해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가을이 오면 가려워진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온몸에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피부가 가려워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벅벅 긁어대거나 머리를 긁다가 옷에 떨어지는 비듬에 민망해지는 일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은밀한 부위가 가려워 차마 내놓고 긁지도 못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말 못할 고통은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건조성 피부염〓나이가 들면서 몸이 가려운 것은 피지분비가 줄어들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 날씨가 선선해지면 젊은 사람도 피부의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못하게 되면서 피지와 땀의 분비가 줄어 피부가 건조해지기 쉽다. 심하면 조그만 자극에도 심한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주로 넓적다리와 정강이에서 시작해 전신으로 퍼지는데 목욕을 너무 자주 하는 사람에게 흔하다. 만약 얼굴에 건조증이 심하면 잔주름이 많이 생기게 된다.

테마피부클리닉 임이석 원장은 “가렵다고 긁는 것은 피부를 손상시킬 뿐 아니라 상처가 나서 세균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려움증이 심하면 피부과를 찾아 스테로이드 연고나 먹는 약을 처방받는다.

임 원장은 “샤워는 2, 3일에 한 번 정도만 하고 탕욕을 오래 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내 습도를 높이고 자극이 없는 면 소재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두피 가려움증〓두피가 가려운 이유는 △머리카락이 자라 나오는 모낭에 모낭충이 있거나 △두피에 곰팡이가 있어서 △두피에 여드름이 나서 △염색약이나 무스 등으로 접촉성피부염이 생겨서 등이다. 이럴 때는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병이 없어도 환절기에는 두피가 예민해지면서 건조해져 가렵다. 가려움증이 계속되면서 따끔따끔한 증상이 있고 비듬이 생긴다. 비듬에는 긁으면 손톱 밑에 끼는 젖은 비듬과 털면 우수수 떨어지는 마른 비듬이 있는데 두피가 건조하면 마른 비듬이 생긴다.

리치 피부과 오준규 원장은 “두피가 건조해 가려운 것이면 당장 2, 3일에 한 번 정도로 샴푸 횟수를 줄이라”고 말했다. 심하면 가려운 증상을 없애주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이렇게 해도 가려운 증상이 낫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항문 소양증〓항문 주위는 신경이 많이 분포해 미세한 변화에도 가려우며 심하면 항문과 외음부 주위에 가려움으로 인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것을 항문 소양증이라고 하는데 밤이 되면 증상이 더 심해져 잠을 이루지 못하며 긁다가 항문 주위에 상처가 나기도 한다. 항문소양증은 △치질(치핵) △항문 주위가 찢어지는 치열 △기생충의 한 종류인 요충 △당뇨 때문에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원인질환의 치료가 우선이다.

이외에도 항문 주위의 피부가 자극을 받아 피부염에 걸려 가려울 수도 있다.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은 “자극적인 음식은 대변의 성분에 변화를 일으키며 이런 대변이 항문 주위에 묻으면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의해야 할 음식은 커피, 콜라, 술, 담배, 초콜릿, 홍차 등. 화장지나 비누도 피부에 자극을 주며 설사나 무른 변이 항문 주위에 많이 묻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 원장은 “변을 본 뒤에는 샤워기를 이용해 물로 세척하고 꽉 끼거나 땀 흡수가 안 되는 옷은 입지 말아야 하며 자극적인음식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1주일 이상 가려운 증상이 계속되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대개는 약물치료를 하면서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면 좋아진다. 그러나 3개월 이상 치료를 받고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알코올 주사요법이나 수술로 항문 주위의 신경을 차단해주는 방법을 써야 한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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