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훌쩍 훌쩍 엣~취…감기 아니라 천식?

  • 입력 2002년 9월 22일 18시 24분


“가을이 오는 소리요? 엄마가 재채기 하는 소리죠.”

초등학교 5학년인 노모양(11·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에게 가을이 오는 소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아니다. 가을이 되면 부쩍 심해지는 엄마(39)의 재채기 소리. 특히 이른 아침마다 비오듯 흘러내리는 콧물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엄마의 모습에 딸의 마음은 더욱 안타깝다.

가을만 되면 숨소리가 가랑가랑거리고 콧물이 줄줄 흐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천식과 비염 환자들.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가을철에 병원 내과와 이비인후과는 알레르기성 천식과 비염 환자로 북적인다.

최근 환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알레르기성 천식과 비염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완치법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천식과 비염은 당뇨병과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하는 질환”이라며 “잘 관리하면 가을철 날씨에도 정상인보다 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레르기성 천식〓숨길(기관지)이 좁아지면서 숨이 차고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심한 기침을 하는 질환. 기관지 점막이 찬 공기나 자극적인 냄새, 담배연기, 매연 등에 노출됐을 때 알레르기 염증 반응을 일으켜 생긴다.

국내 천식 환자는 확산일로에 있다. 서울대병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환자는 80년 인구의 5.6%에서 97년 14.5%로 3배 정도 증가했다. 성인 환자도 나이가 들수록 늘어 60대 이상의 노인은 11.8%에 이른다.

치료법은 증상에 따라 다양하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면서 예방법은 찬 공기 등 알레르기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요인을 피하는 것. 기관지 확장제나 항염증제를 이용한 약물요법이나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조금씩 투여해 체질을 개선하는 면역요법 등도 사용된다.

요즘 치료 경향은 증세가 나타났을 때 약을 쓰는 게 아니라 평소부터 소량의 약물을 이용해 염증 반응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임신부라고 무조건 약을 피하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 자신은 물론 태아에게도 저산소증 현상이 일어나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임신부가 사용해도 안전한 약이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전문의 처방을 따르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성 비염〓코 안이 가려우면서 재채기를 하고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나오다가 코가 막혀 숨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눈이나 목안이 가렵고 눈물이 나며 머리가 아프고 냄새를 못 맡을 때도 있다.

의료계는 인구의 20% 정도가 알레르기성 비염 또는 이와 관련된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환자 수는 더욱 늘 것으로 전망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크게 △특정 계절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알러젠) 때문에 생기는 계절성 △계절과 상관없이 생기는 통년성 등으로 구분된다. 한국에서는 집먼지진드기 때문에 생기는 통년성 환자가 더 많지만 가을철 기온과 습도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생기는 계절성 환자도 적지 않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방법은 가려움증 재채기 콧물 등을 완화시키는 항히스타민제를 먹거나 스프레이를 통해 콧속에 뿌리는 것. 스테로이드 성분의 스프레이 제품도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천식과 마찬가지로 평소에 조절이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임신부의 경우 먹는 약은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스프레이 제품 중에는 안전한 것이 나와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 뒤 결정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이비인후과 이철희 교수)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3주넘게 기침 계속,숨소리 쌕쌕거릴땐 의심▼

‘요즘 감기는 한 달 이상 간다?’

알레르기성 천식이나 비염을 감기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다. 기침과 콧물, 재채기 등 증상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 성인이 돼서 처음 천식이나 비염에 걸린 사람은 감기와 분간하기 더욱 어렵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는 “감기는 알레르기성 천식과 비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다른 질환”이라며 “감기로 여기고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다가 증상이 심해지는 환자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레르기성 천식과 감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침을 하는 기간. 감기 기침은 길어도 2∼3주 안에 낫지만 천식으로 인한 기침은 3주 이상 계속된다. 또 천식에 걸렸을 때에는 쌕쌕거리거나 가랑가랑하는 숨소리가 난다. 가을철 알레르기성 천식은 감기로 부쩍 악화됐다가 다른 증상이 사라지고 기침만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콧물과 재채기는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부터 오전까지 심해졌다가 오후 들면서 점차 누그러지고 한 달 이상 지속되는게 특징. 그러나 감기 증상은 대부분 1∼2주 안에 낫고 특별히 때를 가리지는 않는다.

조 교수는 “환절기 감기와 독감 때문에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9월 이내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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