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美 한국과학자 탄저균 독성 비밀 풀어

  • 입력 2002년 8월 30일 17시 55분


재미 과학자가 지난해 9·11테러 이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탄저균이 인체의 방어 시스템을 뚫고 온몸에 퍼지는 과정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인터넷판은 30일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SD) 의 박진모 박사(34·사진)가 마이클 카린 교수와 공동으로 탄저균이 인체 면역세포의 신호 전달을 교란해 면역 세포를 자살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긴급 뉴스로 전했다.

일반 병원균은 인체에 침입하면 백혈구(대식 세포)의 공격을 받아 죽지만, 탄저균은 대식세포의 공격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번식하면서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낸다.

박 박사는 “생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 탄저균이 만드는 독성 단백질(LT)이 대식세포의 신호전달체계를 교란시켜 ‘병원균 침입 신호’를 ‘세포 자살 신호’로 바꾼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식세포는 탄저균을 죽이는 대신 스스로 자살하고, 인체에 침입한 탄저균은 마음대로 번식한다는 것이다. 또 연구팀은 탄저균이 대식세포를 운반 도구로 삼아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는 사실도 함께 발견했다.

박 박사는 “탄저균을 치료하려면 감염 초기에 탄저균의 면역시스템 교란을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1998년 서울대 미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난해부터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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