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터뷰]美 병원예술재단 이사장 존 훼이트

  • 입력 2002년 7월 14일 17시 48분


“세계 어느 나라의 병원이든 벽면이 대개 텅 비어 있습니다. 병원의 하얀 벽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운다면 환자와 가족들은 정말 푸근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의 야외 휴게실. 수액 주사바늘을 손에 꽂은 채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 환자 사이로 한 외국인이 구슬땀을 흘리며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자신의 옷에 물감이 묻는 줄도 모르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이 외국인은 미국 병원예술재단 이사장인 존 훼이트(62·사진). 한국화이자제약이 주최한 ‘사랑의 병원 그림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84년 설립된 병원예술재단은 세계 병원을 순회하며 환자의 치료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그림을 그려주는 단체로 지금까지 165개국 500여개 병원에서 2만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다.

“환자에게 그림은 병세를 완화시키고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아스피린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입원 때문에 그릴 수 없었던 어린이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고요.”

이날 행사에는 어린이 백혈병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등 200여명이 참여해 대형 조각그림 7점을 완성했다. 환자 개인은 그림의 일부만을 그리지만 조각그림을 하나로 모으면 나비와 꽃이 그려진 대형 그림으로 바뀌어 병원 복도 등에 전시된다. 그림축제는 성모병원에 이어 11∼12일에는 경희의료원에서 진행됐으며 15∼16일에는 전남대병원에서 열린다.

“병원의 예술 작품은 화랑이나 거실에 걸린 작품과는 다른 역할을 해야 합니다. 환자의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기능적인’ 역할이 바로 그것이죠. 그림을 그리는 작업부터 감상까지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훼이트씨는 “이 같은 행사가 다른 병원에서도 많이 열려 텅빈 벽이 훌륭한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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