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주당 性기능 사그라진다

  • 입력 2002년 5월 19일 17시 15분


술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하루 한두 잔의 술은 약이지만 정도를 넘는 술은 성기능을 약화시키고 뱃속 비만을 촉진해서 거미형 인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삶의 질’을 크게 훼손한다. 의약계에서 발기부전 및 비만 치료제를 대표적 ‘행복 약물’이라고 부르는 점을 감안하면 술은 ‘불행 음료’인 셈이다. 술이 왜 술꾼을 ‘불행’하게 만드는지 그 메커니즘을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박용우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한두 잔의 술을 마시면 온몸에서 혈액이 잘 흘러 정력이 강화된다. 잠자리 전에 와인 한두 잔이 좋은 것은 이 때문.

그러나 과음이 이어지면 발기부전 환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며 늘 대중없이 술을 마시는 모주망태는 대부분 성생활과 담을 쌓게 된다.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뇌의 시상하부가 발기 명령을 내리고 이 신호가 뇌하수체, 생식샘 등을 거치면서 발기와 관련한 물질을 분비하며 마침내 음경에 혈액이 유입돼 발기가 이뤄진다. 단기간의 폭음으로도 이 신호전달 체계가 억제되고 발기 유발 물질도 덜 나오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면 발기 유발 시스템 전체가 고장나게 된다.

설령 시스템이 고장나지 않아도 몇 차례 성생활이 제대로 안되면 자신감이 사라지고 밤이 무서워지는 ‘정신탓 발기부전’이 생긴다.

또 술 속의 화학물질은 음경에서 신경계의 발기 명령을 전달하는 말초신경을 파괴하는데 한번 파괴된 신경세포는 재생이 힘들다.

무엇보다 알코올은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라이디히 세포를 파괴한다.

남성 호르몬은 성욕, 발기, 정자 형성 등에 없어서는 안될 물질로 이것이 부족하면 여성을 봐도 ‘감흥’이 없게 되거나 발기부전, 무정자증, 고환 퇴화 및 위축, 남성 유방의 여성화 등의 현상이 생기게 된다. 알코올은 정자를 만드는 세포를 직접 죽여서 불임을 유발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술은 열량만 있고 영양소가 없기 때문에 술은 뱃살과 무관하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한국 중년의 볼록한 뱃살의 주원인이다. 술을 마실 때에는 뇌의 식욕 조절 시스템이 억제돼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을 먹게 된다. 밤에는 원래 소화기능이 활발하지 않는데 술을 마시고 나면 소화기능이 더 떨어지게 돼 안주가 고스란히 뱃속에 저장된다.

평소 안주를 잘 먹지 않고 ‘술을 마시면 되레 살이 빠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역시 틀린 생각이다.

술을 과다하게 마시면 근육에서 아미노산이나 지방을 끄집어내서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에 근육이 부실해지며 단기적으로 체중은 빠져도 체지방률은 오히려 올라간다.

또 알코올은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근육 형성에 장애가 와서 물렁살이 되기 쉽다.

인체는 평소 핏속에 포도당이 넘치면 근육이나 간에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에너지로 쓰는데, 근육이 줄고 물렁살이 되면 뱃속에 넘치는 포도당을 저장할 수 없어 뱃속은 더욱 기름지게 된다. 뱃속의 기름기는 다시 몸 속의 포도당을 근육이나 간에 저장하는 것을 막아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 때문에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불룩한 ‘거미형 체형’이 되면 보기도 흉하고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뇌중풍 망막질환 등 각종 질환의 실마리가 된다. 거미형 인간중에는 성기능 장애자도 많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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