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기이식 수술 세계 첫 성공

  • 입력 2002년 5월 2일 07시 40분


장기를 이식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장기이식에 앞서 미리 줄기세포를 이식해 면역체계를 장기 제공자와 같게 바꾼 다음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성공했다.

이는 이식된 장기가 환자 면역체계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장기이식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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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의대 성모병원 조혈모세포 이식센터 김춘추(金春秋) 김동욱(金東煜) 교수와 강남성모병원 외과 김동구(金東球) 교수팀은 1일 “혈액암인 만성골수성백혈병과 간경변증을 동시에 갖고 있어 길어도 1년을 살기 힘들었던 박모씨(54)에게 이 같은 수술을 세계 처음으로 시도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선 혈액 및 면역세포로 분화되는 줄기세포인 조혈모(造血母)세포를 간 기증자인 동생(49)에게서 뽑아내 간이식 전에 미리 환자에게 이식해 환자의 면역체계를 동생과 같은 것으로 변형시킨 다음 동생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함으로써 거부반응을 극복했다”며 “환자는 간을 이식 받은 지 4주째인 현재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를 이식 받으면 환자의 면역시스템이 이식 받은 장기를 공격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했다.

치료팀은 1월7일 환자의 동생에게서 뽑아낸 조혈모세포와 면역세포를 환자에게 주사해 백혈병을 치료했다. 석 달 뒤인 4월 9일 환자의 면역체계가 바뀌고 혈액 속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 확인되자 외과팀은 동생의 간 일부를 절제해서 환자에게 이식했다.

김동욱 교수는 “환자에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면역억제제인 MMF를 투여했다가 2주 전에 끊었지만 간 기능이 정상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조만간 환자를 퇴원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자는 현재 혈액 및 골수검사에서는 혈액 및 면역세포가 환자와 제공자의 것이 충돌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계는 현재 이 환자의 경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환자가 1년 이상 생존할 경우 장기이식의 신기원을 이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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