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료계 '사후체험' 논란…"소생환자 18%가 기억"논문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02분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영화 ‘유혹의 선’(원제 Flatliners)에서 의대생 레이첼(줄리아 로버츠)은 특수한 약과 장치를 이용해 심장 박동을 멈추고 ‘죽음으로의 여행’을 시도한다. 그녀는 무의식 속에서 전쟁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자살하는 장면을 보고 괴로워한다.

스크린 밖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17일 최근 의료계에서 사후 체험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계기는 네덜란드 리진스타트병원의 심장전문의 핌 반 롬멜 박사팀이 의학전문지 ‘랜싯’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 롬멜 박사팀은 심장이 멈춰 의학적으로는 사망 판정을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소생한 환자 344명을 조사한 결과 18% 정도가 사후 체험을 분명하게 기억해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8∼12%는 ‘죽어 있는 동안’ 터널과 빛 등을 보았으며 이미 숨진 가족이나 친구를 만났다고 증언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사후 체험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증거”라면서 인간 의식의 본질에 대한 이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영국 골드스미스대 크리스토퍼 프렌치 교수는 “사후 체험을 했다는 사람 가운데 시간이 지나면 말을 바꾸는 사람이 많다”면서 “잘못된 기억을 사후 세계로 착각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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