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식기술… 영화선 '무사통과' 현실선 '난공불락'

  • 입력 2001년 11월 21일 19시 11분


영화는 신기술의 경연장이다. 온갖 종류의 최신기술이 영화를 통해 선을 보인다. 사람의 신체를 ‘열쇠’로 사용하는 생체인식 기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지문이나 눈동자, 얼굴 모양 등을 이용하는 생체인식 기술은 주로 주인공이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보안시스템을 통과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등장하는 ‘피해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방법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영화인들이 현재의 생체인식 기술 수준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것.

▽맥주병에 묻은 지문〓올해 개봉한 영화 ‘미녀 삼총사’. 삼총사는 악당의 비밀자료 보관소에 들어기 위해 두 가지 생체인증(지문과 망막)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들은 지문 자료를 술집에서 얻는다. 지문인증 담당자가 미녀들의 배꼽춤에 빠져있는 사이 지문이 묻은 맥주병을 슬쩍한 것. 그들은 맥주병의 지문을 스캔해 손 모양의 장갑을 만들어낸다. 장갑을 낀 손을 인증기에 밀어넣으면 통과는 OK!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지문인증 개발업체 니트젠(www.nitgen.com)의 민경일 센서개발팀장은 “영화에서처럼 실리콘이나 고무로 손 모양을 정확하게 떠내기는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지문의 미세한 융기를 오차 없이 그대로 재현해야 하기 때문. 필름같은 것은 아예 통하지도 않는다.

설사 정확한 복사본을 만든다 하더라도 어려움은 남는다. 지문인증장치는 렌즈를 이용하는 광학식과 반도체를 이용하는 비광학식으로 나뉜다. 광학식 장치는 지문에 빛을 쏴서 반사되는 각도를 인식한다. 따라서 지문이 같더라도 손가락의 형태가 다르면 인증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남자 지문이 찍힌 장갑을 여자가 낀다. 민팀장은 “보안레벨을 높여놓으면 손가락에 습진이 생겨도 시스템 통과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지문 무늬의 패턴을 전자적으로 인식하는 비광학식도 굴곡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으면 통과하기 힘들다. 게다가 비광학식은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물질이 닿아야만 인증이 된다. 고무나 실리콘 장갑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체다.

최근엔 체온이나 압력을 감지하는 제품도 나오고 있다.

▽흰자위 검사에 콘택트렌즈라니〓두번째인 망막 인증을 위해서 삼총사는 선물을 전해주는 악단으로 위장해 인증담당자에게 접근한다. 그들은 악단의 나팔 안에 장치된 스캐너로 눈동자를 찍어서 콘택트렌즈를 만든다.

하지만 영화에서 말하는 것은 분명히 ‘망막 인식’이다. 눈동자를 이용하는 것은 홍채인식이며 망막인식은 눈동자의 흰자위에 분포된 실핏줄을 인식하는 것이다. 당연히 눈동자만을 덮어주는 콘택트렌즈로는 시스템을 통과할 수 없다.

▽손가락을 자른다면?〓‘인증자의 손가락을 자르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독자는 없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이 방법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잘린 손가락은 사후경직과 함께 수분과 피가 빠져나가 오그라들게 된다. 형태가 변하면 인증이 불가능하다.

영화 ‘데몰리션맨’에서처럼 안구를 뽑아내 홍채인식기를 통과하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 사람의 안구를 뽑아내면 시신경이 끊어져 동공이 확대된다. 쉽게 말해 생선가게의 동태눈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홍채의 패턴이 손상돼 인식이 불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의 지적은 안구를 뽑아내자마자 액체질소에 급속냉동시키지 않는 한 해결책은 없다는 것.

▽홍채인증을 정교한 사진으로 통과할 수 있을까?〓안된다. 단, 구형이라면 통과할 수도 있다. 홍체인식 전문업체 세넥스테크놀로지(www.senextech.com)의 한동호 선임연구원은 “최근 시판되는 시스템에는 생체(生體) 여부를 확인하는 모듈이 달려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살아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장치로 눈을 깜박이고 동공이 빛에 따라 확대 또는 축소돼야 통과시킨다.

▽얼굴 인식기는 속일 수 있을까?〓얼굴인식 장치의 기본원리는 양눈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 따라서 아무리 정교한 가면을 쓰고 있어도 발각될 위험이 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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