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굴이 그 얼굴 맞아?…'사이버 성형'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42분


‘사진을 믿지 말라.’ 최근 기업 인사담당 직원들은 입사지원서의 ‘사진’을 볼 때 바짝 긴장한다. 취업난을 겪고있는 구직희망자들 사이에 ‘사이버 성형수술’이 유행하면서 변형된 사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진을 믿었다가 ‘실물’을 대조하고는 황당해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유행병 같은 사이버 성형수술〓최근 신입사원을 모집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T벤처업체는 입사희망자들의 원서와 사진을 인터넷으로 접수했다. 그런데 지원자들, 특히 여성들 중 빼어난 용모를 가진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당연히 남자직원들은 부푼 가슴을 안고 면접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막상 면접 당일이 되니 사진과 다른 사람이 대다수였다. 알고보니 용모가 조금이라도 나아 보이도록 사진에 그래픽 작업을 했던 것. 상당수가 얼굴이 갸름하게 보이도록 세로로 잡아당기고, 주근깨와 기미 등 잡티를 없애는 방법을 썼다. 심지어 ‘턱을 깎거나’ 연예인처럼 ‘후광’과 특수효과를 넣은 사진도 있었다.

‘전자이력서’로 신입사원을 뽑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N업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회사 K팀장은 “사진에서 본 갸름한 사람을 면접장에서 만났을 때 탤런트 강부자씨를 닮은 ‘복스런’ 인상이어서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K팀장은 “얼마전 판촉행사의 나레이터 모델을 뽑을 때는 아예 딴사람이 나타난 줄 알았다”며 “어쩐지 홍보대행사에서 ‘꼭 미리 실물을 보라’고 충고하더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L씨는 “주문하는 대로 사진수정이 안되면 돈을 안내고 그냥 가버리는 손님이 많다”고 말한다.

현재 사진 수정은 널리 유행중이다. 곳곳에 ‘모델같이 사진을 찍어준다’는 팬시 사진점이 성업중이고 심지어 대학 졸업사진도 컴퓨터로 수정작업을 거친다. 문제는 본인인지 알아보기 힘든 정도의 수정 사진이 이력서에까지 쓰인다는 것.

▽신세대의 모럴해저드〓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려는 태도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본인이 수정을 한 경우 뛰어난 PC 이용능력을 보여주는 면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사 담당자들은 이런 현상에 부정적이다. 심지어 “회사를 지원할 때는 자신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며 “사이버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직업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글과컴퓨터 인재기획팀 이기진 과장은 “만약 면접 과정에서 사진 수정이 밝혀진다면 바로 탈락시킬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외모 뿐만 아니라 입사지원서 자체를 ‘위장’하는 것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 또다른 업체의 인사담당자는 “대다수 회사는 외모보다 능력과 비전, 성격 등에 더 중점을 둔다”며 “사이버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은 결국 내면보다는 외모에 신경쓴다고 보기 때문에 채용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밝혔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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