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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9일 0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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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바야흐로 반성의 시기. 실패는 뼈아프나, 실패 없이는 성공도 없다. 닷컴주가의 폭락 이후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는 비즈니스에 관한 자각의 소리가 들려온다. 이 중 몇가지 살펴 보자.
첫째, 사람들은 B2C(기업대 개인간 전자상거래)는 신시장이고, 이를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믿었다. 시어스(Sears), 제이씨페니(JCPenney), 더갭(The Gap), 홈디포(Home Depot) 등 구경제의 업체들은 조만간 몰락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온라인 B2C는 신시장이 아니라 기존 소매시장의 새로운 유통채널에 불과했다.
둘째, 온라인 쇼핑은 그 편리함 때문에 결국 모든 오프라인 쇼핑을 대신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밝혀진 것은 “사람들은 역시 오프라인 쇼핑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소비자는 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물건을 직접 보고, 만지고 입어보기를 원했다. 간혹 자신의 고상함과 우아함을 뽐내면서 말이다.
셋째, 사람들은 온라인 상점의 투자경제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온라인 점포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데 돈이 적게 든 것은, 사실은 점포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고객서비스 기능과 돈이 많이 드는 물류시스템을 생략했기 때문이었다.
넷째, B2C 온라인 기업들은 오프라인의 대형매점들이 스마트한 자신들을 영원히 쫓아오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기업들은 불과 1년만에 자신들의 견고한 수익기반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전자상거래 기능을 구축했다.
소비자입장에서 B2C는 ‘셀프서비스’였다. 점원은 컴퓨터의 바탕화면 뒤에 숨어 나타나지 않았다. 마우스를 잘못 조작해 엉뚱한 길로 빠지면 상냥한 안내는 커녕 무례한 에러메세지만 뜰 뿐이다. 실거래에서 느끼는 따스함이나 잔잔한 감동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온라인 사이버시장이 압승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아직까지 온라인 거래는 오프라인 거래의 5%에도 못미치고 있다.
오프라인과 전략적 제휴를 하든, 아니면 온라인 점포에 핫라인을 설치해서라도 고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컴퓨터 윈도우의 전면에 얼굴을 가지고 나타나야 한다는 말이다.
온라인 소비자도 고급레스토랑이나 고급백화점에서와 같이, 때로는 귀족대우를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장석권(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스탠퍼드대 교환교수)
changsg@stanford.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