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창투사,대기업 효자노릇 톡톡…매년순익 2배껑충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5분


‘창투사가 계열사 가운데 효자노릇을 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붐을 타고 벤처기업에 투자한 창업투자사들이 큰 이익을 냈다. 이에 따라 여러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그룹에서는 창투사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한솔창업투자의 경우 지난해 한솔그룹 계열사 가운데 당기 순이익 1위에 오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솔창투의 당기순이익은 98년 25억원에서 99년 53억원, 지난해 106억원으로 매년 두 배씩 늘어나 99년에는 한솔케미언스를 누른 데 이어 지난해에는 그룹 지주회사인 한솔제지의 순이익을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술 투자금 20배 회수▼

한솔제지는 자본금 1조3470억, 직원 1300여명으로 그룹 내에서 매출액이 가장 많은 기업. 자본금 260억원, 직원 18명에 불과한 한솔창투는 97년부터 벤처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외부 인사를 스카우트하며 벤처형으로 운영됐다.

한솔창투 이순학 사장은 “외부 인력을 꾸준히 충원하는 한편 과감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며 자율 경영에 힘쓴 결과 순이익이 해마다 갑절씩 늘어났다”고 말했다.

기본급 외에 연간 투자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는 이 회사에는 과장급 직원의 연봉이 사장보다 높은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분류되는 현대기술투자의 지난해 순이익도 전년도 98억원보다 2.5배 이상 늘어난 250억원을 돌파해 현대그룹에서 가장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술투자는 지난해 상반기 코스닥 주가가 올라갈 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유니와이드에 투자한 지분을 팔아 150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최근에는 97년 투자한 대한바이오링크의 주식을 장내에서 매각해 투자금의 20배를 회수하기도 했다.현대기술투자의 직원은 16명. 지난해 직원 한 명이 15억원 이상씩 벌어들인 셈. ▼“철저한 투자심리가 관건”▼

현대기술투자의 한 직원은 “실적을 모두 반영해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다른 계열사 직원과 차이가 너무 커 회사가 성과 배분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 최대 벤처투자 기업인 KTB네트워크는 지난해 74개 투자기업의 지분을 팔아 3495억원의 이익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식 매각 이익은 99년 당기순이익 1107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지 여부는 코스닥시장 상황에 달려 있다”면서 “작년에 큰 이익을 낸 창투사라도 자만하지 말고 투자심사 분석에 더욱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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