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장밋빛 프로그램' 실현 미지수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9시 05분


《21세기 방송 산업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위성방송 사업자 경쟁이 19일 한국통신과 KB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이로써 관련법 제정부터 사업자 선정까지 4년 넘게 걸린 한국 위성방송 사업이 본격적인 출발점에 선 셈이다.》

▼KDB가 사업권을 획득한 배경▼

심사위원단은 KDB의 한통 및 지상파 방송사의 자본력과 기술, 영상 콘텐츠 확보 능력이 한국위성방송(KSB)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래가 불투명한 위성방송을 조기에 연착륙시키고 케이블 TV의 실패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일단 ‘강자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KDB는 6개 심사 기준 중 재정 능력에서 가장 앞섰는데 이는 LG 계열사로 KSB를 주도하는 데이콤의 최근 회사채 발행 등급이 하락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7일 열린 청문회 때도 “향후 수천억원대의 자본이 더 소요되는데 대한 LG의 대책이 뭐냐”는 지적이 나왔다.

▼심사 과정의 문제점▼

방송위원회는 심사 과정에 대해 “14명의 위원들이 철저한 보안 속에 심사했기 때문에 로비나 정부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00점 만점에 계량화할 수 있는 분야가 250점에 불과한데다 여러 항목에 걸쳐 심사 위원간의 편차가 심하게 나타난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사업 계획서의 실현가능성보다 ‘장밋빛 청사진’이 좋은 점수를 받는 등 심사위원들의 ‘편견’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KDB의 사업 계획서 중 평균 27만원대인 수신기를 무료 또는 15만원(12개월 할부)에 대량 보급하고 5년만에 당기 순이익을 실현하겠다는 점 등은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DB 선정이 미칠 영향▼

한통이 21세기 방송 통신의 융합을 주도하게 됐다. 그러나 이는 이미 공룡화된 공기업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한통이 국내 뉴미디어 시장 판도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한통이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민영화 과정을 밟을 경우 거대한 사업체를 어떻게 분리 매각할 것이냐는 점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KBS MBC SBS가 지상파 방송에 이어 위성방송 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굳힘으로써 국내 방송 시장의 불균형이 가속화할 우려가 높다. KBS MBC SBS는 채널 운용에서 드라마나 스포츠 등 소위 수익 채널을 고집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케이블TV의 프로그램 공급사(PP)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KBS 등 지상파 방송이 위성방송을 겸할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위성방송쪽을 소홀히 하게 되고 따라서 위성방송의 프로그램 수준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걱정거리. 이 경우 위성방송이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KDB가 내년 10월부터 74개 채널을 상용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채널별 콘텐츠를 어떤 식으로 구성하느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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