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 농산물 표시' 구별 쉽지않고 비용 엄청나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8시 23분


국내외에 유전자조작 농산물(GMO)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는 유전자를 조작해 엄청난 수확을 거두는 농산물. 인체에 안전한지 여부가 아직 가려지지 않아 이를 먹는 게 꺼려진다. 그러나 값은 무척 싸다.

한국에서도 20일 농촌진흥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GMO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원들은 내년에 시행될 ‘GMO 표시제’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문제는 GMO와 비(非)GMO를 구별하기 어려워서 엉터리로 표시해도 잡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이에 따라 값싼 GMO를 값비싼 비GMO로 속여 차익을 보려는 일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GMO표시제〓내년 3월부터 한국에서 유통되는 콩 콩나물 옥수수 등은 3% 이상 GMO가 섞일 경우 반드시 GMO 표시를 해야 한다. 가공식품은 내년 7월, 감자는 2002년 3월부터 의무표시제가 시작된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1% 이상, 일본은 5% 이상을 GMO표시 기준으로 잡고 있다.

의무표시제와 별도로 자발적으로 ‘GMO를 안 쓴다’고 발표한 업체들도 있다. 한국의 풀무원두부, 미국 하인즈 이유식, 일본 삿포로맥주 등이 대표적인 예.

표시를 하려면 비GMO에 GMO가 섞이지 않게 모든 유통 과정을 분리하는 비용이 만만찮게 든다. 대두단백질을 만드는 회사에 대두를 납품하는 미국 세레스타사 품질담당 앤 터트윌러는 “비GMO를 요구하는 곳에 따로 납품하려면 공장을 시간대별로 다르게 운영하는 등의 추가비용이 들어 비GMO의 가격이 약 4배 비싸다”고 말했다.

▽난해한 GMO 구별 기술〓GMO를 비GMO로 속여 유통하는 것을 막으려면 GMO 확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

미국 농무부 산하 곡물검사출하집하청(GIPSA) 데이비드 시프만 소장은 “현재의 기술로는 GMO가 들어있는지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얼마만큼 포함됐는지는 가려낼 수 없다”고 말했다. 3%, 5% 등의 기준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이야기다.

또 미국 오리건주 농무부 캐스린 위크만 연구원은 “GMO여부만을 판별하는데도 오차 1% 이내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200g이상의 시료가 필요하다”며 제도가 시행되면 검증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공식품은 더 문제다. 옥수수 빵, 또는 밀로 만든 피자 같은 경우 시료를 어디서 어느 정도 채취해야 하는지부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틀랜드〓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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