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섹션]지금 사이버세상엔 "만화 열풍"

  • 입력 2000년 8월 20일 18시 38분


S은행 임찬일 대리(35)는 요즘 사는 즐거움이 하나 늘었다. 업무를 끝내면 인터넷에 들어가 학창시절 밤새워 봤던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다시 보는 즐거움이다. 의자를 느긋하게 젖히고 만화페이지를 딸깍딸깍 넘기는 맛이 그만이다.

담배연기와 라면냄새 자욱한 동네 만화가게에 가기가 꺼림칙했던 수많은 네티즌들은 사이버 만화방의 등장에 환호하고 있다.

만화사이트는 각 서비스업체의 콘텐츠들 가운데 접속률 1, 2위를 다툴 정도. 라이코스코리아의 경우 만화사이트에 들르는 이용자가 하루 50만명을 헤아리고 페이지뷰(열어보는 화면수)로는 무려 1500만건에 달한다. 게임방으로 운영되던 PC방에도 최근에는 사이버 만화를 보기 위해 들르는 고객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이 같은 사이버만화 열풍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현상. 만화천국 일본이나 미국도 사이버만화는 아직 초기단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멀지 않아 인터넷이 종이나 영화보다 강력한 매체로 대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버만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예상 밖으로 뜨겁자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PC통신업체들은 앞다퉈 만화사이트를 새로 개설하거나 강화하는 추세다.

나우누리 콘텐츠 사업팀의 만화담당 조은정씨는 “인터넷만화 확산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비스업체들도 단순히 종이만화를 옮겨다 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작기법인 ‘플래시’ 등을 이용해 보다 역동적인 화면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만화방 어떤 것이 있나〓지난해 12월 선보인 나우누리의 ‘우심만보(우리 심심한데 만화나 보자는 뜻)’는 이현세 허영만 황미나 등 국내 최고 인기작가들의 작품 1만5000여종을 모아두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이버 만화방. 유료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7만5000여명, 페이지뷰로는 170만건에 달하는 성황을 누리고 있다. ‘우심만보’가 운영하는 성인만화 코너도 짭짤한 수입원이다.

인터넷 검색포털인 라이코스코리아는 올해 6월 만화포털을 열어 엄청난 회원 유인효과를 거두고 있다. 페이지뷰가 매달 500만건씩 늘어 이번 달에는 1500만건을 기록할 정도. ‘미스터 초밥왕’ ‘용비불패’ 등 50여종이 구비돼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5월 만화사이트를 개설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기본서비스인 이메일, 검색, 커뮤니티사이트 다음으로 인기있는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콘텐츠들 중에서는 최고의 인기 사이트다. 다음컴은 매주 10편씩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재빠른 움직임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데뷰클럽’을 운영해 신인 만화작가 발굴에도 열심이다.

유니텔 ‘사이버만화방’은 98년부터 운영돼온 전문사이트. 배금택 강촌 신일숙씨 등 유명작가의 작품과 점프 만화왕국, 코코믹스, 블랙탄 만화방 등 만화잡지들의 내용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천리안은 가장 최근인 이달 8일 만화전문사이트 ‘웹툰’을 개설했다. 최고 인기작품은 홍윤표씨의 ‘천하무적 홍대리’. 하이텔 역시 고우영 등 유명작가의 작품을 확보, 회원들에게 유료로 제공하고 있으나 조만간 비회원들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다.

▽왜 인기인가〓인터넷만화의 급속한 보급은 초고속통신망이 깔리는 속도와 정비례한다. 만화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파일로 전송되기 때문에 기존 전화모뎀으로는 갑갑해서 볼 수가 없다. 만화천국 일본이 인터넷만화에서 한국에 뒤지는 이유도 바로 초고속통신망 확산이 한국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인터넷만화가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인터넷의 용도가 ‘정보검색→메일송수신→엔터테인먼트’로 변해가는 추세와도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아직 동영상을 구현하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만화가 엔터테인먼트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점은 없나〓저질 음란 퇴폐라는 종이만화의 문제점이 인터넷만화에도 고스란히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성인만화방에 청소년들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도록 철저한 차단장치를 마련하는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밖에 인기 만화작가와의 저작권문제, 만화콘텐츠제공업체(CP)들의 영세성 등 불안한 인터넷만화 배급 체계등이 개선돼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광현동아닷컴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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