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이버대학서 MBA학위 딴다"

  • 입력 2000년 7월 23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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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정유엽씨(28)는 퇴근한 뒤 새로운 일과를 시작한다. 올해 3월 사이버MBA의 국제공인회계사과정(AICPA)에 등록한 뒤에는 아무리 몸이 파김치가 됐더라도 두세시간은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정씨는 일주일에 절반 정도를 지방출장에 나서야 하는 업무성격상 대학원 진학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그러나 사이버대학원이 생기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굳이 학교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공부시간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2년과정을 마치는 내년말이면 국제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딸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사이버대학원은 말 그대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이 강의실인 대학원 과정. 잦은 야근이나 출장으로 인해 일주일에 한두번은 출석해야 하는 야간대학원에도 다니기 힘든 직장인들에게 안성맞춤인 교육방식이다.

강의방식도 인터넷의 기술발전과 함께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교재를 노트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교수의 음성을 녹음해 MP3파일로 제공하기도 한다. 또 보다 생생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강의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보내는 경우도 있다. 화상채팅프로그램이 일반화되면 강사와 학생들이 교실에서처럼 얼굴을 맞대고 수업할 날도 멀지 않았다.

사이버강의의 장점 중 하나는 공부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 대개 1주일분량의 내용을 한꺼번에 제시하기 때문에 저녁시간이나 주말 등 가능한 시간에 내용을 소화하면 된다. 그렇다고 강의가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수시로 과제제출과 시험을 요구한다.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질문을 던지고 조언을 받는다.

국내에서 사이버 대학원의 선발주자는 아주대. CyberMBA.ac.kr이라는 대표적 도메인도 선점했다. MBA학위과정과 AICPA―MBA온라인 과정, e비즈니스전략MBA 등 3개과정을 개설해, 가을 학기 학생을 모집중이다. 이들 과정은 5학기 동안 30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졸업 후에 일반대학원과 똑같은 정식 MBA학위가 주어진다.

숙명여대는 내년에 특수대학원 형태로 사이버대학원을 출범기킨다. 원격향장산업대학원과 원격교육공학대학원이다. 원격향장대학원은 화장품산업과 화장품마케팅 전문가를, 원격교육공학대학원은 원격교육의 시설과 환경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정원은 각각 40명. 이밖에 서강대 경희대 등 대부분의 대학이 사이버대학원 설립을 준비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다.

사이버대학원의 수업료는 일반대학원과 비슷한 250만∼300만원선. 강의실운영 등 시설비는 들지 않지만 재료개발 등 별도비용이 적지않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이버대학 강의를 국내에서 듣는 프로그램도 있다. 제이앤비는 미국 앨라배마주의 사이버대학인 바링턴대와 제휴해 사이버MBA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없이 12∼18개월 과정이며 졸업후 학위를 준다. 학비는 졸업 때까지 4200달러 정도가 든다. 이 대학은 캠퍼스를 가지고 사이버대학원을 함께 운영하는 국내 대학과 달리 100% 온라인 대학으로 전세계의 제휴기관들을 통해 6000여명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이버대학원에도 문제점은 있다. 이공계분야 등 실험실습이 필요한 학문은 물론이고 단순한 지식보다는 깊이있는 철학을 함께 전수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많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주대 경영대학원 독고윤 학장은 “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의 교육을 요구한다면 공급자인 학교에서도 다양한 교육방식을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며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교육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피닉스-MIT등 외국 유명大 온라인대학 운영▼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온라인 대학이나 대학원 강의는 한국보다 한발 앞서 있다. 운영 방식은 크게 두가지. 대학이 독자적인 온라인 교육체제를 갖춰 학위를 주는 방식과 전문 온라인 교육업체가 학사관리 학위수여 등 운영 전반을 맡고 대학은 이 업체에 강의내용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89년 사이버MBA과정을 개설한 피닉스대를 비롯해 듀크대, 존스 인터내셔널대 등 유명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온라인 과정을 운영하면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유넥스트닷컴으로 알려진 카딘대는 시카고 스탠퍼드 런던경제대학(LSE) 등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학들이 공동으로 커리큘럼을 개발한 온라인 MBA교육기관. 참가대학의 교수는 물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다른 대학의 유명 석학들도 강사진으로 참여한다.

이밖에 인디애나주립대, MIT, 웨스턴 가버너대, 플로리다대 등 거의 대부분의 미국 대학이 온라인 대학이나 대학원을 운영한다.

한국의 일부 대학은 강의내용과 방식에 대한 노하우를 얻기 위해 미국의 온라인대학들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현동아닷컴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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