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비밀 해독]유전자 신약 개발 '골드러시'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코멘트
‘21세기는 바이오테크 시대.’

미국은 요즘 게놈 열기에 휩싸였다. 생명공학 벤처기업 1500여개 중 흑자기업은 2%가 채 안되지만 인터넷의 주식투자 대화방은 유전자마법사 시퀀스맨 등의 아이디를 가진 생명공학 신봉자들로 들끓고 있다.

바이오메트릭스, 스닙(SNP), 진칩 등의 생명공학 용어를 모르면 대화에 낄 수 없을 정도다. 20세기말이 정보산업(IT)의 시대라면 21세기는 생명공학(바이오테크·BT)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미국의 생명공학 벤처기업으로는 셀레라 제노믹스사가 세계 뉴스의 초점에 서 있지만 내년에 누가 주인공이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게노믹스(Genomics)를 주도하는 생명공학 기업들은 판이한 방식으로 ‘21세기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되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이 인류의 산업과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BT 기업을 유형별로 소개한다.

▽곡괭이와 삽형〓골드러시 때 실제로 돈을 번 사람은 금광 소유주나 광원이 아니라 광원들에게 곡괭이나 삽을 판 상인이었다. 이처럼 생명공학 부문에서도 몇 년 동안 확실히 떼돈을 챙길 수 있는 기업은 역시 장비를 개발한 업체들.

게놈의 염기서열을 구조 기능별로 분류하는 슈퍼컴퓨터를 개발한 PE 바이오시스템사가 대표적. DNA칩을 개발한 어피메트릭스사도 여기에 해당된다.

▽게놈정보 가공 및 판매형〓셀레라사는 원래 게놈의 유전자 10만개 중 질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200여개의 염기서열을 먼저 밝혀내 특허를 출원한다는 목표였다. 이 회사는 특허권 확보는 좌절됐지만 막대한 수입을 챙겼다.

머크 릴리 화이자 등 거대 제약회사에 각각 50만달러를 받고 게놈 관련 정보를 팔았고 이들 제약회사가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면 일정 수익을 받는다는 계약도 했기 때문.

또 인사이트 제노믹스는 슈퍼컴퓨터로 인간게놈프로젝트(HGP)가 공개한 게놈자료를 분석한 다음 25개 대형 제약회사에 판매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인사이트는 513개의 특허를 따냈고 5만건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시쿼놈사는 개인별 인종별 유전자 차이를 분석하는 분야인 스닙의 대표주자. 매스어레이라는 방법을 개발했으며 미국 특허청에 22개의 특허를 출원중이다.

▽유전자제약사〓1990년 HGP가 출범할 때 ‘신약’ 개발의 한계에 다다른 제약회사들은 뒤에서 박수를 보냈다. 생약 성분의 1세대 약, 화학합성 성분의 2세대 약, 인체 성분의 3세대 약을 거쳐 ‘4세대 약’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미국의 컨설팅회사 ‘언스터&영’은 2010년경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신약 시장의 규모가 최소 1000억달러일 것으로 추정했다.

주식 투자가들은 유전자 정보를 제약회사에 파는 회사로 출발해 자체 연구를 바탕으로 대형제약회사로 도약하려는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휴먼게놈사이언스사(HGSI)와 밀레니엄 파마슈티컬. 특히 HGSI사는 112개의 특허권을 받았으며 출원 건수는 7500건으로 셀레라를 제치고 차세대 대표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