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산신령'교수님…홈쇼핑 통해 14억원대 판매

  • 입력 2000년 3월 29일 23시 21분


장뇌(長腦)를 산양(山養) 산삼인 것처럼 속여 케이블TV 홈쇼핑을 통해 시중에 판매해 온 인삼판매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가짜 산삼’을 판매하면서 현직 대한한의학회장이 발급한 인증서까지 첨부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청은 29일 장뇌를 산양 산삼인 것처럼 품질인증서를 위조해 LG홈쇼핑과 39쇼핑 등을 통해 시중에 판매해 14억3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문모씨(38)를 구속하고 송모씨(57) 등 4명을 불구속입건하는 한편 정모씨(49)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허위 품질인증서를 발급해준 대한한의학회장 박찬국(朴贊國·49·경희대 한의학과 교수)씨와 한의사 박길래(朴吉來·49·봉은한의원장)씨 등 2명을 구속하고 K대 한의학과 안모교수(58)를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LG홈쇼핑과 39쇼핑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상 과대광고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정씨 등은 98년9월부터 인삼씨앗을 산에 파종해 재배한 장뇌 6150여뿌리를 산삼씨앗을 산에 파종해 15년 이상 재배한 산양 산삼인 것처럼 속여 케이블TV 홈쇼핑을 통해 지금까지 모두 1552명에게 1∼5뿌리 한 세트에 21만∼149만원씩 받고 판매한 혐의다.박교수와 한의사 박씨는 초등학교 동창인 정씨 등으로부터 품질 인증료 명목 등으로 각각 3500만원과 2000만원을 받고 허위 품질인증서를 발급해주고 케이블TV에 출연해 품질보증 광고를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박교수는 지난해 허위 품질인증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품질인증료 명목으로 받은 3300만원을 학교측에 발전기금으로 냈다.경찰 조사결과 이들이 판매한 장뇌는 장뇌 중에서도 재배기간이 6, 7년 정도밖에 안되는 저질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일부에서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퀸토젠’이라는 농약성분이 잔류허용치보다 3배 이상 많이 검출됐다.한편 LG홈쇼핑과 39홈쇼핑은 “회사도 품질인증서를 보고 산양 산삼인 것으로 알았다”며 “산양 산삼을 산 모든 고객에게 전액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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