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PC작업내용 한눈에"…사생활침해 논란 가능성

  • 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회사 직원들이 개인용컴퓨터(PC)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는지를 원격 감시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돼 사생활 침해논란이 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관리자가 중앙통제실 PC를 통해 회사의 근거리통신망(LAN)에 연결된 모든 PC를 감시할 수 있는 데다 직원들이 몰래 설치해놓은 증권프로그램 등 각종 소프트웨어까지 속속들이 알아낼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산설비관리업체인 신일컴플러스는 LAN과 인터넷에 연결된 직장 내 모든 PC의 작업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모니터링 프로그램(SMP)’을 개발, 한국전력 등 기업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SMP는 중앙통제실의 PC 1대로 최대 3000여대의 직장 내 PC의 기억용량 및 소프트웨어 설치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등장한 것이다.

신일컴플러스 관계자는 “금년 들어 한국전력 본사의 2500대 PC에 SMP를 공급하는 등 전국 각지의 중소기업과 학교에 판매했다”며 “대형 서버를 이용해 직장 내 PC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외국에서 개발된 적이 있지만 PC 1대로 관리하는 시스템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SMP를 구입한 곳은 대덕연구단지의 한 연구기관과 충남지역 중소기업 H, N사 그리고 전남의 A중학교 등 현재 10여개 기관으로 총 3000여개 PC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은 당초 회사 내에 설치된 이(異)기종 컴퓨터를 종합 관리하기 위해 개발된 것. 각 부서에 설치된 PC의 기종과 생산 연도, 기억용량, 설치된 소프트웨어 등을 온라인으로 파악해 신기종 대체 시기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네트워크소프트웨어 업체인 ‘이스트보우랩’은 이달 중 인터넷을 통해 SMP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오프라인 판매는 신일컴플러스(02-3446-4611)가 담당한다.

한편 한국전력 본사의 전산관계자는 이에 대해 “SMP의 기능 중 작업내용을 원격감시하는 기능은 직원들로부터 사생활침해라는 반발을 살 것이 우려돼 최근 삭제했다”고 밝혔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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