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분쟁 '피고인들' 뭉쳤다… 공동변호인단 구성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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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유사한 인터넷 도메인 이름을 등록했다가 상대 대기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졸지에 ‘피고’가 된 중소 자영업자들이 이색 ‘피고 모임’을 만들어 화제다.

롯데관광 평택안성지점의 송윤섭(宋胤燮·41)사장 등 9명은 17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대공빌딩 8층에서 첫 모임을 갖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가 도메인 스쿼터(무단 점유자)로 매도되는 것은 정말 참을 수가 없습니다. 대기업들이 ‘권리 위에서 잠을 자는’ 동안 우리는 부지런히 발로 뛴 결과입니다.”

송사장은 98년 10월 본사인 롯데관광과 대리점 계약을 맺고 지점을 운영해 오면서 99년 1월 자신 명의로 ‘lottetour.co.kr’을 등록했다.

그런데 본사가 99년 7월 “계약위반”이라며 도메인을 본사 명의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했고 현재는 소송 전 단계인 ‘내용증명’을 보내온 상태라는 것.

한 참가자는 “대기업들은 최근까지 도메인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도메인의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니까 뒤늦게 내놓으라고 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샤넬사가 제기한 소송 1심에서 패소한 김흥철(金興哲·34)씨는 “법정 투쟁을 통해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도메인 분쟁의 정확한 판단기준을 마련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송씨 등은 이날 만든 ‘피고 모임’의 이름을 ‘우리 도메인 지키기 연대’로 정하고 모임명의 인터넷 홈페이지(www.kidn.net)를 만들어 네티즌들의 지원을 호소하기로 했다.

또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들이 원고측의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변호사들을 모아 ‘공동 변호인단’도 구성하기로 했다.

법원은 이미 ‘샤넬’ 판결을 통해 “도메인 선점자가 소비자들이 혼동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부정경쟁에 해당한다”며 도메인의 ‘상표성’을 인정한 바 있어 이들의 ‘법정투쟁’이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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