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난곳 복원 자연에 맡겨라"…인공조림보다 완벽

  • 입력 2000년 1월 28일 19시 01분


산불이 난 곳은 인공조림보다 자연에 맡겨 그대로 두는 것이 복원에 좋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1987년부터 1999년까지 13년간 지리산 국립공원 등 18개 국립공원에서 산불이 난 107군데 지역의 생태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불이 난 지역에 인공적으로 나무를 심는 것보다 처음에 보기는 흉하지만 그대로 놔두는 것이 인공조림보다 훨씬 완벽하게 산림 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불발생 후 10년 정도 경과되면 대부분의 산림과 동물 생태계가 복원돼 불난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공단측은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앞으로 국립공원 관리공단 내 산불발생 지역에 대해서는 피해가 극심한 산불이 아닐 경우에는 인공적으로 생태계 복원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에 이같은 결론에 도달, 국립공원 내에서 사람의 실수로 일어난 불이 아닌 자연적인 산불은 아예 끄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10여년 전 미국이 자랑하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엄청난 규모의 산불이 났고 관광협회가 “경관이 좋지 않다”며 인공조림을 간청했지만 미 정부는 그대로 놔두기로 결론지었다. ‘관심 속의 무관심이 생태계 복원에는 지름길’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렇다면 100년만에 최대 산불이 난 강원도 고성의 경우에도 이런 원칙이 견지돼야하는 걸까.

임업연구원 임주훈(林柱勳)박사는 “생태계보전이 가장 중요한 국립공원인 경우에는 자연상태 그대로 놔둘 수 있지만 사람들의 출입이 잦고 산에서 버섯을 채취하거나 목재가 필요한 사유림의 경우에는 인간의 간섭이 필요하다”며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해당하는 지역의 사유림이 지표 밑의 씨앗까지 타버릴 정도로 심한 산불이 발생한 고성의 경우에는 자연복원과 인공복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버섯을 채취해야 할 지역에는 소나무 숲이 필요한데 자연상태로 놔두면 활엽수림으로 복원되거나, 좋은 목재가 필요한 지역인데 목재로 쓸 수 없는 나무가 많은 숲이 되는 등 인간이 바라는 형태로 자연복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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