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 '바빌로니아' 비상…FBI 제작자 공개수배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최근 등장한 컴퓨터 바이러스 ‘바빌로니아’(본보 9일자 A29면 보도)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악질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바빌로니아는 컴퓨터 바이러스의 모든 기술을 집대성한 금세기 최악의 바이러스로서 여기에 감염된 컴퓨터는 제작자가 원격조종까지 할 수 있어 이 바이러스의 제작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전세계의 컴퓨터를 동시에 조작할 수도 있다는 것.

미국 당국의 조사결과 ‘바빌로니아’는 세계 최고의 해킹그룹 ‘29A’의 멤버였던 브라질의 10대 소년 ‘베크나’가 유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베크나는 최근 ‘29A’를 탈퇴하는 기념으로 바빌로니아를 만들어 유포시켰다. ‘29A’는 16진수로 악마를 뜻하는 ‘666’을 의미하며 전세계 최고의 해커들만 가입하는 그룹.

바빌로니아는 Y2K문제를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가장해 침투하며 사용자가 다운로드해 실행시키면 감염된다. 특히 감염된 컴퓨터로 인터넷 채팅을 하면 채팅 상대자는 물론 같은 채팅방에 있는 모든 사용자들의 컴퓨터도 감염돼 전파 속도가 아주 빠르다.

컴퓨터 백신들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스스로 업그레이드되는 기능을 갖춘 컴퓨터 바이러스가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미국 FBI는 제작자인 베크나를 전세계에 공개수배하고 그의 홈페이지를 폐쇄해 유포를 막고 있다. 그러나 베크나가 언제 다시 홈페이지를 개설해 바빌로니아를 활동시킬지는 알 수 없는 상태.

국내 컴퓨터백신 제조업체인 ㈜하우리도 최근 바빌로니아 샘플을 입수했으나 업그레이드 기능 때문에 백신 제조가 난관에 봉착했다. 아직 국내에 보고된 피해는 없지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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