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시판/전문가 견해]정력제 아닌 치료약

  • 입력 1999년 10월 6일 18시 43분


얼마전 젊은 부부가 함께 주뼛주뼛 진료실에 들어섰다.

“부부 관계가 잘 안돼서…”

“결혼한지 얼마나 됐습니까?”

“1년 남짓…”

이들은 그동안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아직 한 번도 삽입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남편의 성기능에 대해 검사했더니 발기력이 떨어진 상태. 선천적으로 성신경 전달물질 쪽에 이상이 있었던 것. 비아그라를 추천하고 싶지만 아직 정식 허가가 안났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부는 더이상 참지 못했다. 며칠 뒤 어디에선가 약을 구해왔고 사용법에 대해 가르쳐줬더니 1주일이 지나 함지박웃음을 지으며 나타났다. 처음으로 성관계가 성공했다며 고마워했다.

비아그라의 진가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환자들은 주사를 맞거나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발기부전 환자는 국내 약 200만명, 세계에서 1억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제까지는 생명과 관계 없으므로 병으로 간주되지 않았지만 최근 병의 심각성이 알려졌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성건강도 인간의 기본권리”라고 선언했다.

발기부전은 스트레스에 의해 일시적으로 올 수도 있지만 환자도 모르고 있던 당뇨병 간염 신장염 신경혈관계질환 및 약물복용 등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심한 성욕저하 및 발기장애로 검사를 받고 뇌하수체의 종양을 발견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의의 진단이 우선이다. 심한 성욕저하나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순환기질환 약물중독 당뇨병 등의 환자들은 꼭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비아그라는 환자에게 ‘명약’임에 틀림없지만 정상인이나 젊은이들이 호기심으로 잘못 사용할 때는 화를 입을 수 있다. 꼭 필요하지 않은데 남용하면 점점 약물의존적이 돼 나중에 심인성 발기장애 환자로 가기 쉽다.

환자 중 20∼30%는 비아그라로도 효과를 못보는데 이때 약의 용량을 함부로 늘리면 위험하다. 이미 몸에 문제가 심각해 비아그라로 치료가 안될 경우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최형기(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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