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N세대 마케팅」 불붙었다

  • 입력 1999년 6월 1일 19시 52분


직장인 김민선씨(26·여)는 요즘 주말이 되면 외출 전에 컴퓨터앞에 앉는 버릇이 생겼다. 인터넷과 PC통신을 이용해 하루를 ‘설계’하기 위해서다.

지난 주말에는 개봉 때 못 본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찾아 ‘정보의 바다’로 들어갔다. 몇차례 클릭 끝에 아직 서울 강남의 한 소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씨는 친구와 영화를 본 뒤 극장 인근의 한 식당을 찾아갔다. PC통신 ‘식도락 동호회’의 한 멤버가 추천해준 곳이었다.

김씨의 지난 주말 ‘외출기’는 ‘N세대(Net Generation)’의 행동 양태를 보여주는 전형이다. 가상 공간을 주요 생활무대로 쇼핑 학습 취미 생활까지 여기서 해결하는 게 N세대의 특징. 이렇게 되자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N세대를 유인하기 위한 갖가지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N세대를 잡아라〓신세계 백화점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신세대 전용방을 개설했다. 상품 소개뿐만 아니라 △연예인 사인 △연예인 동향 △동호회 안내 등으로 사이트를 꾸몄다.

신세계 박찬영과장은 “N세대는 가까운 미래에 본격적인 소비자가 될 계층”이라며 “인터넷을 활용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

빙그레도 N세대를 타깃으로 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있다. 빙그레는 과거 홈페이지처럼 일방적인 내용 전달이 아니라 소비자 참여가 가능하도록 쌍방향 형식의 홈페이지를 만들 계획이다. 마우스를 잡은 N세대의 ‘손길’을 한 번이라도 더 끌기 위해 홈페이지에 △사이버 모델 선발대회 △할인 쿠폰 제공 △숨은 그림찾기 등 미끼상품이나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는 기업도 많다.

전문가들은 “신세대를 움직이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삼았던 ‘구전(口傳)홍보’ 대신 이제 ‘넷전(傳)홍보’가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풀이한다.

▽N세대를 조심하라〓얼마전 서울의 한 외식업체는 N세대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PC통신 ‘식도락 동호회’에 해당 업소의 불친절에 대한 글이 잇따라 게재된 것.

호된 ‘질책’ 끝에 해당 업소가 결국 사과문을 올렸지만 사태는 이미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침없고 솔직한 반응이 N세대의 특징이므로 한번 ‘찍히면’ 회복이 힘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과거 한 패스트푸드점이 ‘음식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소문이 가상공간으로 널리 퍼지면서 한동안 매출이 급감하기도 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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