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어린이병원, 암환자들 「별 보기」행사

  • 입력 1998년 12월 2일 07시 16분


‘저 별은 나의 별,저 별은 너의 별.’

1일 오후 7시 서울대 어린이병원 앞마당과 2층 로비에서는 어린이 암환자와 가족들 2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별 보기’ 행사가 열렸다. 환자복을 입은 암환자 아이들이 한줄로 서서 천체망원경을 통해 별과 달을 보며 연방 탄성을 질렀다.

로비에서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한 어린이 환자들이 전시된 천문사진을 보며 우주에 대한 설명을 듣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이번 ‘별 보기’ 행사는 한때 암환자였던 아들을 둔 김창수(金昌洙·40·동방광학대표·충북 괴산군 도안면)씨가 병원에 보은(報恩)의 뜻으로 기획한 것.

93년 4월 김씨의 막내아들 태옥(泰玉·13)군은 뇌종양으로 이 병원에서 소아신경외과 왕규창(王圭彰)교수의 집도로 수술을 받았다. 그가 운영하던 공장이 부도난데다 ‘아들이 잘못될 수 있다’는 병원측의 말에 김씨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

이때 왕교수가 너무 현실에 괴로워하지 말라며 별보기를 권했다. 매일밤 별을 보며 시름을 달랬던 김씨는 문득 망원경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4년뒤인 97년 국내 처음으로 원형돔을 개발했다. 또 경기 여주 세종천문대에는 렌즈를 깎아 만든 26인치 대형망원경을 납품했다.아들 태옥이도 수술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김씨는 이날 망원경을 설치할 수 있는 2.8m 규격의 원형돔 2개와 망원경 3개를 트럭 2대에 싣고 괴산에서 달려왔다.

김씨는 “5년전 저희 가족처럼 절망에 빠진 어린이와 그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어린이 환자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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