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보화사업, 사무직 공공근로 「활로」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서울시와 각 구청이 공공근로사업의 일환으로 실시중인 ‘도시정보화사업’이 화이트 칼라 실직자와 대졸 미취업자에 대한 일자리 창출효과를 낳으면서 사무직 실직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존의 공공근로사업은 도로정비 가로수 가지치기 방범활동 등 주로 육체 노동자에게 맞는 일에만 집중돼 사무직 근로자들로 부터 외면당해 왔던 것이 현실.

30일 용산구청 1층 민원실. 사무직 실직자 20명과 대졸 미취업자 20명 등 40명이 호적전산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붓글씨나 펜글씨로 적힌 낡은 호적의 한자들을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일일이 옥편을 들춰가며 한글음을 확인하고 컴퓨터에 한글과 한자로 입력하는 것이 이들의 업무.

개인사업을 하다 2월 부도를 낸 김인환(金仁煥·35)씨는 “구청 구직창구를 찾았다가 우연히 사무직 공공근로사업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일을 하게 됐는데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하루 하루가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들은 2만5천원의 일당과 수당을 포함해 평균 60여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을 못한 구직자들도 적극적으로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2월 중앙대를 졸업한 김주필(26)씨는 “컴퓨터관련 중소업체에 취직했다가 3개월만에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월급을 한푼도 손에 쥐어보지 못했다”면서 “1800년대 호적을 들여다보면서 신기한 생각도 들고 앞으로 공무원으로 일해보겠다는 의욕도 생겼다”며 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2000년 완료 목표로 9월부터 시작된 도시정보화사업은 현재 호적대장 및 건축물관리대장 전산화사업과 새주소부여사업 등 3가지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으며 하루 2천여명의 실직자가 참여하고 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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