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무전기들고 병원녹화 물의

  • 입력 1998년 9월 22일 19시 04분


각종 의료기기의 오작동을 유발해 의료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병원에서의 무전기 사용이 오락프로에서 무분별하게 자행돼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프로는 20일 오후6시 50분에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신설코너 ‘탄생을 축하합니다’. 제작진은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C병원(부인과 전문병원)에서 9시간이상 무전기와 ENG카메라로 예비부모인 정모씨와 국모씨(여)의 출산과정을 담아 ‘녹화 중계’했다.

무전기는 일반병원에서 사용이 금지된 휴대전화보다 의료기기의 오작동 유발 가능성이 휠씬 높은 것으로 알려진 ‘위험물’. 6월 발표된 연세대의대 의용공학과 김덕원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전기는 환자감시장치와 산부인과용 초음파기, 호흡보조장치, 태아감지장지, 인큐베이터 등에 미치는 전자파피해 가능성이 일반 휴대전화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방송이 끝난 뒤 본사에는 방송사의 부주의 부도덕성 비윤리성을 비난하는 항의가 빗발쳤다. PC통신에도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병원에서는 휴대전화 조차 안쓰는 것이 상식인데도 방송사에서 심지어 분만실 안에서까지 무전기와 방송장비를 동원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신성한 생명탄생의 현장을 최소한의 경외심도 없이 오락으로 희화화하는 것이 제정신이냐”는 지적 등.

이에 대해 담당PD는 “병원에서 휴대전화 사용만 위험한 줄 알았지 무전기 사용이 그처럼 해로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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