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소프트웨어산업(下)]정부부터 정품구매 앞장을

입력 1998-09-13 20:35수정 2009-09-2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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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가들은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하려면 일단 국내시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는 소프트웨어가 하나 ‘히트’치면 개발자가 벼락부자가 되고 회사는 큰 빌딩을 살수있을 만큼 시체말로 ‘노가난다’. 그러나 국내에선 기껏해야 수만카피 팔아 개발비를 건지고 넓은 사무실로 이사하는게 고작이라는 것.

피코소프트 유주한사장은 “불법복제 단속을 해봐야 워드프로세서 등 한두 업체나 숨통이 트이고 나머지 업체는 1년내내 수요가 없어 허덕인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의 최대 고객인 기업들이 제품을 사줘야 하는데 국내 경영자들은 아직 소프트웨어를 업무에 활용해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희박하다.

개발업체가 아무리 기업을 찾아다니며 “이런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경쟁력이 훨씬 높아진다”고 소리를 질러도 한마디로 ‘쇠귀에 경읽기’라는 것.

한 벤처기업가는 “영화나 서적처럼 좋은 제품만 시장에 내놓으면 저절로 고객이 모이는 것이 가장 부럽다”고 말한다.

무너진 소프트웨어 유통체계를 재건하는 일도 시급하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장은 “개발업체들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제값 받고 내다팔 곳이 없으니 제품기획이나 개발이 제대로 될리 없다”고 한탄한다.

소비자도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와 달리 어떤 제품을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 소프트웨어 전문유통업체의 설립과 함께 시중에 나온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소비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두뇌산업인 소프트웨어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산업은 거의 붕괴위기에 놓여있다. 현장과 따로 노는 벤처지원정책의 결과다.

업계에서는 “정부에 무작정 지원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정부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부터 정품을 구매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첫번째 요구다.

한글과컴퓨터에 따르면 이제까지 정부기관이 구매한 ▦글제품은 6만여카피. 각 부처에 설치된 PC가 31만여대고 대부분 PC에 이 제품이 깔려있으니 80%는 불법복제한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최근 교육부가 전국의 초중고교 교사들에게 한 대씩 설치해준 PC에도 윈도와 워드프로세서만 들어 있다. 소프트웨어 예산이 따로 책정돼 있지 않아 나머지 소프트웨어는 적당히 복제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소프트웨어업체도 앞으로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마케팅과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애써 개발은 했지만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아 판로를 못찾고 사장된 소프트웨어가 부지기수다. 제품기획단계부터 치밀한 시장분석을 해서 경제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시장에서 승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몇년전에 개발됐다가 시장에서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진 ‘K도스’처럼 운영체제로 세계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전하는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첨단산업을 둘러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인도가 없으면 실리콘밸리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의 소프트웨어업체들이 프로그램 제작과정의 상당 부분을 인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두뇌 하나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소프트웨어에 투자하지 않으면 21세기 선진국으로 행세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척박한 국내 풍토에도 불구하고 범국가적으로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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