梨大生들,컴퓨터 性폭력 전면전 선포…「저질언어」ID추적

  • 입력 1998년 4월 16일 07시 21분


‘너 어제 나랑 잤잖아. 그 이후.’

최근 이화여대 캠퍼스에 나붙은 대자보의 제목이다.

이화여대생들이 PC통신에서 언어 ‘성폭력’을 휘두른 한 남자대학생(서울 D대재학)의 ID와 이름까지 대자보로 공개하면서 온라인 성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온라인상의 언어폭력이 법적분규로 번질 조짐이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소속 여성위원회측에선 이 남학생이 지난달 2일 PC통신 유니텔의 한 대화방에서 처음 알게 된 이화여대생에게 ‘이틀전에 여관에서 같이 자놓고는 왜 모르는 체하느냐’며 공개적으로 수치심을 안겨주었다고 주장했다.

당황한 여학생이 반발하자 문제의 남학생은 ‘왜 그래, 그날 니가 나를 위해 온갖 서비스를 다했던 것 기억안나?’라면서 공개 대화방에서 일방적 ‘언어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여학생이 놀라 대화방을 빠져나오자 남학생은 ‘뭐 그딴 것 가지고 삐지냐. 내숭같은 거 떨지마’라며 연달아 쪽지를 보내왔고 분을 참지못한 여학생은 남학생의 ID를 추적해 신원을 확인했다.

여성위는 문제의 남학생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등기로 내보냈으나 상대가 계속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자 신원을 공개하고 나선 것.

이화여대생들은 ‘남학생의 사진을 공개하라’ ‘동시에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모든 이화통신인들이 달려들어 혼내주자’며 적극적인 호응을 보이고 있다.

여성위측에선 “설혹 문제의 남학생이 ID를 빌려준 경우라 해도 그가 누구인지 입증할 책임은 면할 수 없다”면서 “끝까지 사과를 해오지 않는다면 유니텔측에 ID삭제를 요구하고 더 나아가 법적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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