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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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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ID만으로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통신이용자들의 호응은 열광적이다. 하이텔은 접수 첫날 한꺼번에 1만여명이 한글ID를 신청했고 지금은 3만명에 육박했다. 천리안에서도 5만5천여명이 원하는 한글이름을 지었다.
최근 등장한 PC통신 이용자의 한글ID에는 시대상황을 반영한 것이 눈에 띈다.
하이텔의 ‘잘살자’, 천리안의 ‘힘내한국’ ‘난세영웅’, 나우누리의 ‘근검절약’ ‘한국만세’ 등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ID. 이밖에 ‘환율폭락’ ‘작은경제’ ‘아임에프’ 등의 이름도 나타났다.
돈 액수를 자기 이름으로 정한 경우도 있다. ‘일원짜리’ ‘백원만죠’ ‘오백원’ ‘천원만’ ‘백만원님’ ‘천만원’ ‘백억불’ 등이다.
그래도 한글ID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낱말은 ‘사랑’. 하이텔의 집계에 따르면 ‘사랑지기’ ‘사랑샘’ ‘사랑해주’ 등 사랑이 들어간 이름은 무려 4백여개나 된다. 이밖에 ‘별’ ‘하늘’ ‘꿈’ ‘바다’ 등도 통신인들이 ID로 애용하는 단어.
ID로 인용하는 연예인 중에는 여전히 서태지가 최고의 인기. 나우누리에는 ‘태지1’부터 시작해 ‘태지28’까지 28명이 태지와 숫자를 순서대로 조합한 ID가 눈길을 끈다. 여기에 ‘태지이웃’ ‘태지사랑’ 등 ‘태지’시리즈가 가세한다.
하이텔에도 ‘이쁜태지’ ‘힙합태지’를 비롯해 서태지의 노래제목인 ‘시대유감’ ‘수시아’ 등 20여개의 관련 ID가 등장했다.
이처럼 한글ID는 자신의 취향과 재치를 맘껏 표현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 이용자는 저질ID를 신청해 거부당하기도 한다. 하이텔의 한 관계자는 “음란한 용어와 욕설을 쓰거나 국가기관을 사칭한 ID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홍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