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3명 살인혐의 첫기소…퇴원요구 허락 끝내 숨져

  • 입력 1998년 1월 25일 20시 29분


퇴원하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내보낸 의사 3명이 살인혐의로 처음 기소됐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이중희(李仲熙)검사는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중이던 환자 김모씨(58)를 퇴원시켜 숨지게 한 서울 모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양모씨(34)와 수련의 김모씨(30) 등 의사 3명을 살인혐의로 기소(불구속)한 사실이 25일 밝혀졌다. 이검사는 “환자 김씨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2,3일 지나면 회복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환자 아내가 퇴원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내보냈다”며 “전적으로 의사들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 중환자를 어떤 강제력도 아닌 아내의 퇴원요구만을 이유로 내보내 죽게 한 것은 살해행위”라고 말했다. 이검사는 “자신의 행위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 행위는 형법상 살인행위에 해당한다”며 “김씨를 퇴원시키면 죽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의가 퇴원을 허락한 것은 환자나 가족이 원하면 일반적으로 퇴원시키는 병원의 기존관행과도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의사 양씨는 검찰에서 “인공호흡기를 떼면 곧바로 숨진다며 퇴원을 여러번 말렸지만 김씨의 부인(이모씨·49)이 치료비가 부족하다고 퇴원을 요구해 어쩔 수 없었다”며 “보호자들이 퇴원을 강력하게 요구하면 허락하는 것이 의료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4일 술에 취해 집에서 넘어지면서 뇌진탕을 일으켜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으며 이틀 후 인공호흡기를 떼고 퇴원한 뒤 숨졌다. 부인 이씨는 검찰에서 남편이 17년 동안 직업도 없이 술만 마시면 가족에게 행패를 부려왔으며 가정형편상 입원비도 없어 남편을 퇴원시켰다고 진술했으나 의사들과 함께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이호갑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