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넷]「2000년」컴퓨터의 오해?

  • 입력 1997년 6월 11일 08시 54분


『어느날 자신의 예금계좌에 현금 1백억원이 입금된다. 기쁨도 잠시 난데없는 양도소득세가 다음날 부과된다. 병원에서는 의료보험 기록카드가 없어졌다고 진료를 거부하고 구청에 가보니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대신 돌아가신 고조할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공항의 모든 비행기는 출발이 연기되며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고 미사일이 잘못 발사된다. 그 결과 세계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오는 2000년 1월1일, 컴퓨터가 연도를 잘못 계산해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다. 2000년까지는 앞으로 불과 2년6개월20일, 날수론 9백33일(6월11일기준). 2000년 새해를 맞기 전날 세계는 중대한 결심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정보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모든 컴퓨터와 정보시스템의 전원 스위치를 내려야 할 상황이 닥쳐올 수도 있다. 2000년대 정보사회의 파국을 막기 위해 이른바 컴퓨터상의 「2000년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다급해지고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웬 호들갑? 할지 모르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기계의 프로그램을 일제히 고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아니라 시간을 늦출수록 개조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오는 2000년 컴퓨터가 연도를 잘못 이해하는 사태가 생긴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생각만해도 그 혼란은 끔찍스럽다. 대부분의 컴퓨터는 그동안 연도를 끝의 두자리 숫자로만 써왔다. 따라서 1900년과 2000년을 같은 해로 인식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 보험 공공 행정 의료분야가 뒤죽박죽이 되고 사태가 심각해진다. 미국의 한 은행에서 올해초 사용 연한이 2001년까지인 신용카드를 발행했다가 일부 자동현금지급기에서 이 카드의 기한을 1901년으로 이해하는 바람에 대혼란이 발생했다. 카드를 회수하고 유효기간을 조정하는 법석을 떨었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사회 어떤 분야든 날짜가 기본자료로 들어가기 때문에 2000년 문제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은행의 이자 계산이 안돼 예금한 사람이 엄청난 손해를 볼 수도 있으며 세금 보험금 퇴직금 계산 등이 잘못 돼 개인거래는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의 모든 비즈니스가 중단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최악의 경우 컴퓨터가 들어있는 모든 정보통신 시스템이 고장나 사회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 2000년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컴퓨터 시스템을 고치고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2000년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미국 가트너 그룹은 2000년 문제에 세계적으로 3천억∼6천억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경우 지난 87년부터 2000년 문제해결을 위해 1백여명의 프로그래머들이 매달려 왔다. 우리나라도 2000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줄잡아 8천3백억원은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도 이것을 어느 한 기관이나 이용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아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한국전산원에 2000년 문제 대책반을 구성했다(한국전산원의 2000년문제 홈페이지 주소는 Y2000.nca.or.kr). 한국전산원 송관호 표준본부장은 『2000년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시작하는 것이며 세계가 여기에 매달려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년 비용이 해마다 20∼50%씩 증가하고 막바지에는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고치고 싶어도 제때 고치지 못하고 대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고 송본부장은 경고하고 있다. 〈김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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