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 정보화캠페인]신종공해 「컴퓨터 쓰레기」

  • 입력 1997년 1월 28일 20시 25분


▼3가구 1대꼴 보급▼ 최근 필요없게 된 중고컴퓨터보급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컴퓨터봉사회 韓聖源(한성원·37)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386컴퓨터 40대를 무료로 사회복지단체나 고아원, 소년소녀가장에게 나눠주겠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그는 1천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모두 컴퓨터를 달라는 요청뿐 그동안 쓰던 컴퓨터를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단 1명에 지나지 않았다.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급속한 팽창을 거듭해온 컴퓨터산업. 수개월마다 새로운 모델이 속속 등장하며 매번 환상적인 기능향상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 뒤에 남은 것은 쓸모없게 된 엄청난 양의 컴퓨터 쓰레기더미다. 지난해 국내 컴퓨터산업은 2조5천6백억원의 시장을 형성하며 1조2천억원규모의 휴대전화, 9천5백억원규모의 TV, 각각 7천2백억원 규모의 오디오 냉장고 시장을 멀치감치 따돌리며 1위를 고수했다. 팔린 대수로 따지면 1백79만3천대의 막대한 규모. 이미 3가구에 1대꼴로 보급되어 있어 어느 선진국 못지않은 보급대수를 자랑하고 있다. 데스크톱뿐만 아니라 노트북까지 보급되면서 「PC 1인 1대」시대도 멀지 않았다. 컴퓨터산업의 가파른 성장은 컴퓨터분야의 급속한 기술혁신 속도에 따른 것. TV 에어컨 오디오 냉장고 등은 몇년이라도 문제없이 쓸 수 있지만 PC는 반년만 지나면 새로운 기능을 지닌 신제품이 등장, 구기종이 점차 쓰레기화한다. 미국 인베스터스 데일리지는 『2000년까지 적어도 7천5백만대의 컴퓨터가 폐기될 것』이라고 예언했을 정도다. ▼수리 맡기고 안찾아가▼ 반면 컴퓨터업체들은 홍수처럼 광고를 쏟아내며 신기종을 구입하도록 소비자를 유혹한다. 대기업들은 기존 기종을 업그레이드하기보다는 신제품을 통째로 구입해야만 제대로 첨단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선전한다. 사용자들은 신기종을 구입하면 구기종을 처박아 놓거나 버리기 일쑤다. 중고컴퓨터를 전문적으로 수리해주는 용산선인상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 선인상가 21동 2층과 3층에는 중고컴퓨터와 부품수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가 30여개 모여 있다. 6년동안 PC수리만 해왔다는 토털엔지니어링의 金光洙(김광수)씨는 『컴퓨터수리를 맡겨놓고 안 찾아가는 사람이 많아 골치가 아프다』며 『충분히 쓸 수 있거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데도 무작정 최신기종만 찾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의 개인창고 두곳에는 맡겨놓고 찾아가지 않은 PC와 부품이 가득하다. 팔아먹기에만 급급한 컴퓨터 업체의 상혼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이큅먼트, 일본의 NEC 후지쓰 등이 최대한 부품을 재활용할 수 있게 설계하고 리사이클센터를 운영, 재활용을 촉진하는데 반해 국내기업은 오히려 재활용이 어렵도록 만든다. 최근 가격이 급속히 내려가면서 PC본체 못지않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프린터도 문제다. 잉크젯프린터에 들어가는 잉크카트리지, 레이저프린터에 들어가는 토너, 이 두가지 소모품의 재활용을 제조업체는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인체에 유해한 폐잉크와 폐토너가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지만 여기서 이익을 얻는 제조업체들은 자사의 「1회용」제품만을 강요하고 있다. 재충전이 가능한 리필잉크를 개발한 잉크테크의 鄭光春(정광춘·44)사장은 『적어도 여섯번은 재충전해서 쓸 수 있는 제품을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은 자원낭비』라고 말했다. 컴퓨터봉사회 한회장도 『그 많은 286 386 486컴퓨터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PC로 돈을 번 대기업들은 책임지고 컴퓨터폐기물을 수거하고 재활용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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