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전자신문－원격치료…첨단정보화시대 ９８년의 하루

「崔壽默기자」 『아범이 언제 돌아오는 거냐』 할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미국에 출장간 빛돌이 아버지를 걱정한다. 가벼운 교통사 고를 당했다는 소식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연락해볼게요』 빛돌이 어머니는 전화를 건다. 물론 국내에서 쓰던 휴대전화와 똑같은 번호. 한미간의 국제전화 로밍(Roami ng)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잠시후 미국 서부의 101번 고속도로를 따라 로스앤젤레 스로 향하던 빛돌이 아버지와 연결됐다. 『걱정말아요. 일단 응급조치는 했고 내일 귀국할거예요. 참 어제 찍은 X레이와 진료기록을 서울의 김박사에게 전송했으니 확인해줘요』 빛돌이 아버지의 진료기록은 인터넷망을 통해 이미 서울로 전달되어 있었다. 다행 히 큰 이상은 없다. 국내에서도 X레이나 정밀검사 결과를 온라인으로 전송해 진료하 는 원격의료시스템은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빛돌이 할아버지는 거실에서 차를 마시다 컴퓨터 앞에 앉는다. 빛돌이네 집에는 컴퓨터가 4대. 할아버지와 아버지 빛돌이 형과 빛돌이가 각각 사용하는 것. 이중 3 대는 모니터만 있는 일종의 더미(Dummy)터미널이다. 따라서 컴퓨터 4대를 구입하는 데 큰 돈은 들지 않았다. 빛돌이 할아버지가 컴퓨터로 인터넷의 전자신문인 동아일보의 「마이다스」를 접 속한다. 오늘의 정보가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주요 뉴스는 TV와 똑같이 동영상 으로 나타난다. 할아버지는 다시 미국의 유명 출판사 사이트에 접속했다. 영어교사 를 했던 할아버지는 추리소설에 푹 빠져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를 능가한다는 신인작가의 작품 소개를 읽어본 할아버지는 즉석에 서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했다. 책값은 물론 인터넷을 통한 전자결제로 해결한다. 인터넷 홈쇼핑은 빛돌이 어머니 차지다. 세일기간중 엄청난 교통난에 시달리고 막 상 백화점에 들어서도 사람들에 떼밀려 고생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컴퓨터를 이용하 면 손바닥 들여보듯 백화점 매장을 살펴볼 수 있다. 상품정보도 3차원 동영상이다. 이리저리 따져보고 물건을 고를 수 있다. 컴퓨터를 켠 김에 하와이 관광사이트에 접속해본다. 「룸&카 서비스」가 눈에 확 띈다. 1박을 하면 자동차를 공짜로 빌려준다는 어느 호텔의 광고였다. 여행사가 짜 놓은 이른바 「깃발부대」식의 단체관광은 거의 사라졌다. 세계의 관광정보가 인터 넷에 올라 있어 싸고 멋있는 여행 계획을 누구나 짤 수 있기 때문이다. 『큰애는 학교에 안가니』 할머니는 아직도 늦잠을 자고있는 빛돌이의 형을 채근 한다. 『오늘은 원격강의가 있어요』 대학3학년인 빛돌이의 형의 대답. 일부 대학은 최근 다른 대학 교수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하고 받아낸 학점을 인정해주기 시 작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서울과 지방 대학의 격차는 크게 줄었다. 서로 다른 대학에 적을 둔 교수들이 온라인에 공동강의를 개설하는 경우도 활발해졌다.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시간제한이 없어졌다. 학생이 질문을 던져놓으면 교수가 밤 늦게라도 전자우편으로 답을 보내거나 PC통신을 이용, 토론을 하기 때문이다. 빛돌이 형은 최근 미국 영국의 대학생과도 과제물을 교환하고 토론도 해보았다. 시내전화요금인 인터넷폰과 영상전화를 이용하면 거창한 국제화상회의가 부럽지 않 다. 막내인 빛돌이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 컴퓨터 보다는 동네 아이들과 뛰어노는 게 더 좋다. 컴퓨터가 신기하다 해도 손이 서툴러 오래 붙어있기가 싫다. 영어로 쓰인 내용은 건너뛰고 그림만 보기 예사다. 오늘도 해가 질 무렵까지 친구들과 어울렸다 가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그런 빛돌이에게도 기대는 있다. 말을 알아듣는 음 성인식 컴퓨터가 곧 등장한다니까. 더구나 온통 영어투성이인 인터넷 내용을 순식간 에 한글로 번역하고 우리말로 전해주는 서비스도 나온다. 빛돌이는 그때가 되면 가 장 먼저 세계의 친구들과 만나고 싶다. 그리고 이 말을 할 생각이다. 『내 생일에 너희를 초대하고 싶어. 인터넷을 통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말이야』 98년도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