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생 학부모 톡톡]“외동딸, 학교 적응 잘할지, 왕따는 안당할지 기대 앞서 걱정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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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벌써 英數학원 보낸다는데… 창의성 교육 결심 흔들려요”

《 다음 주면 전국 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립니다. 학교에 첫발을 내딛는 아이들은 설렐지도 모르지만 부모들은 걱정부터 앞섭니다. 귀하게 키운 아이를 혼자 학교에 보내자니 당장 안전부터 염려됩니다. 교육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초등학생 자녀 1명당 드는 사교육비는 월평균 37만 원.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0명 중 7명은 월 가계소득에서 자녀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초과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이것저것 시킬 수밖에 없나 봅니다. 곧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학부모’들의 속마음을 들어봤습니다. 》

오피니언팀 종합·김기성 인턴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3학년

“등·하굣길은 안전할까, 적응은 잘할까”


―딸아이가 2학년이 되기 전까진 함께 통학할 생각이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딸에게 스마트폰도 사주려 한다. 위치 추적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게 해 불안할 땐 아이가 어디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겠다. 요즘 세상이 하도 흉흉하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지금은 전업주부여서 다행이지만 나중에 일을 시작하게 되면 등·하굣길을 함께하기 힘들 거다. 걱정이 지나친 걸까.(39·여·외동딸 입학)

―아이가 입학하게 될 학교 바로 코앞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 왔다. 남들은 좋은 학군에 있는 학교에 보내려고 이사를 한다지만 우린 아이 안전 때문에 옮겨왔다. 학교 배정이 되고 보니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더라. 어린 딸이 매일 걷기에는 가깝지 않은 거리라고 생각했다. 무리를 하면서까지 급히 이사를 했지만 아이의 등·하교 시간을 줄여 줄 수 있게 돼 마음이 놓인다.(42·여·1남 1녀 중 딸 입학)

―아이 반 편성 때 학생 명단을 보니 아이 친구가 한 명도 없더라. 유치원 때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서로 의지가 될 텐데 아쉬웠다.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된다. 담임선생님이 처음 만나는 아이들끼리도 서로 잘 지낼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 담임선생님에 대한 기대가 크다.(39·여·외동아들 입학)

―요즘은 친구들과 잘 못 어울리고 혼자 지내는 아이들이 많다더라. 신문이나 방송에서 ‘왕따’로 자살하는 학생들 소식을 접할 때면 정말 무섭다. 공부도 중요하겠지만 사회성을 기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내 아이가 여러 친구들을 사귀면서 단체 생활에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가급적이면 반장도 해봤으면 한다. 아이가 학급 생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37·여·1남 1녀 중 아들 입학)

―아이가 어떤 친구들을 만나 어떻게 지낼지 궁금하다. 솔직히 교우관계가 제일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사실 우리 아이는 학원을 거의 매일 다니기 때문에 방과 후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시간이 많지 않다. 혹시 그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거나 외로워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학급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40·여·외동딸 입학)

“일찍부터 학원행” vs “자유롭게 놓아줘야”

―저학년 때 공부 잘하는 아이가 고학년 때도 잘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일찍부터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에 보내려 한다. 학교 다니랴 학원 숙제하랴 힘들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요즘은 해외 경험도 경쟁력이 되는 사회다. 아이가 4학년이 되면 미국에 있는 친척 집에 보낼 생각이다. 언어 습득능력이 가장 좋을 때 집중적으로 교육시키면 도움이 된다고들 한다. 그래서 1년에 한 달 정도는 해외로 어학연수를 보낼까 한다.(39·여·외동아들 입학)

―처음에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선행학습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다들 시키니 불안해졌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무 데도 보내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처진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시키게 되더라. 지금은 한글 수학 미술 피아노 수영을 시키고 있는데 입학 후엔 영어학원도 추가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지금도 과목별로 10만∼20만 원이 들어가니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46·여·외동아들 입학)

―아이가 3학년이 될 때까지는 하고 싶은 것, 다양한 것을 배우도록 할 거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을 배우러 다닌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태권도장이나 수영장 댄스학원 등에 보낼 생각이다. 억지로 공부시킨다고 도움이 되겠는가. 또 예체능은 고학년이 되면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 게다가 아이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좋다.(38·여·외동딸 입학)

―일찍부터 학원을 보내고 싶진 않다. 창의성을 길러주고 싶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적에도 장난감을 사준 적이 없다. 재료를 주고 직접 장난감을 만들게 했더니 더 좋아했다. 학교에서도 아이 스스로 놀면서 배울 수 있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 정해진 교육과정만 따라가게 하고 싶진 않다.(40·여·외동아들 입학)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학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만들기나 그리기뿐만 아니라 수학 영어 등도 옆에서 직접 가르쳐 주려 한다. 집에서 함께 공부하면 아이가 어떤 점을 어려워하는지, 공부 습관은 어떤지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좋다. 학원과 집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42·여·1남 1녀 중 아들 입학)

“워킹맘은 더 불안해졌어요”

―예비소집일에 학교에서 돌봄교실 이용 신청자를 받더라. 퇴근하기 전까지 아이가 생활할 수 있도록 돌봄교실에 보내려 했다가 결국 신청하지 않았다. 돌봄교실을 실제 방문해 보니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 없이 방치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용히 책만 보고 있더라. 차라리 돈 10만 원 더 들여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그게 오히려 걱정을 덜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37·여·1남 1녀 중 딸 입학)

―1학년들의 숙제는 ‘엄마 숙제’다. 엄마의 도움 없이 하기 힘든 것이 많다. 재활용품으로 전시물 만들기는 기본. 엄마와 요리책 만들기, 가족과 함께 여행책 만들기 등이 그 예다. 아이 학업이랑 관련 있다고 생각하니 대충 해주기도 어렵다. 회사 다니면서 그 일을 모두 해 주는 게 쉽지 않다. 학교에서 모둠활동 등 아이들끼리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적극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41·여·1남 2녀 중 둘째 딸 입학)

―올해부터 단기방학이 생긴다고 한다. 여름·겨울방학을 줄이고 학교 자율적으로 학기 중에 수시로 방학을 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하니 워킹맘들에겐 큰 걱정이다. 학기 중엔 학교에서 아이를 맡아주지만 방학 땐 그렇지 않다. 그동안 아이들 방학에 맞춰 길게 휴가를 쓰곤 했다. 하지만 이젠 아이가 언제 방학을 할지 예측도 할 수 없게 됐다.(39·여·1남 1녀 중 아들 입학)

―아이가 다닐 학교에서 오전 9시 등교제를 한단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보통 8시 20분에서 40분 사이에 등교했다. 출근 준비도 하면서 학교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아침이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를 챙겨 줄 수 있어 좋다. 하지만 9시로 등교 시간이 늦춰지면 그럴 수 없다. 혼자 집에 있다가 학교에 가면 지각도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아침 등교 도우미를 구한다는 사람도 주변에 심심찮다. 맞벌이 부부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제도 같다.(42·여·1남 1녀 중 딸 입학)

“TV 속 아빠처럼 놀아주고 싶지만”

―아빠로서 아이 교육에 대해 아내와 상의를 많이 하는 편이다.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는 둘째가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등을 좋아하니 예체능 계열로 밀어주자고 했다. 나도 그 말에 찬성했다. 서로 역할을 분담해 앞으로 아내는 교육상 가끔 엄하게, 아빠인 나는 엄마보다는 덜 무섭고 편한 이미지로 아이에게 다가갈 참이다.(41·1남 2녀 중 둘째 딸 입학)

―아이 학업과 교육은 아이 엄마가 많이 신경 쓸 거다. 그러니 나는 아이와 놀아주면서 인성과 체력을 길러주려고 한다. 주말이면 아들과 등산이나 운동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한다. 요즘은 입학을 앞두고 아이에게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 선생님을 비롯한 주위 어른을 대하는 예절 등을 가르치고 있다.(41·외동아들 입학)

―아이 엄마가 교육은 거의 전적으로 맡고 있지만 나도 아빠로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등 아이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너무 치이다 보니 아이 교육에 매번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다. 일단 주부인 아이 엄마를 믿고 지원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40·외동딸 입학)

―텔레비전을 보면 아빠들이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이 공부도 적극 도와준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아이 얼굴도 제대로 못 본 채 잠들 때가 많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텔레비전 속 연예인처럼 아이와 이곳저곳 여행도 다니고 싶다.(38·외동아들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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