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전망대]예비고사 끝낸 尹재정, 본고사 고득점할까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7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올해 2월 출범한 ‘윤증현 경제팀’이 6개월여 만에 받아든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은 듯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주요국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에서 한국은 2.3%라는 가장 높은 성장률과 함께 ‘가장 먼저 위기에서 벗어날 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증시가 1,600 선을 돌파하고 기업 실적과 소비심리가 바닥을 찍은 듯한 모습 또한 고무적이다. 덕분에 재정 투입 여력이 약화되면서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로 떨어져 ‘더블 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점차 잦아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석에서 만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썩 만족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답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어서 오히려 쉬웠다. 앞으로가 문제다.” 그동안은 위기 진화를 위해 금리를 낮추고 신속하게 재정을 투입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는 요지다. 이제는 ‘위기 그 이후(Crisis thereafter)’를 대비할 새로운 먹을거리의 씨를 뿌리고 경제의 자생력을 키울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 취지의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윤 장관의 말처럼 새로운 먹을거리와 경제 자생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급한 과제가 현재의 ‘고용 없는 성장’을 끝내는 것이다. 경기 회복 조짐 속에서도 유일하게 고용 지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부는 친(親)서민 세제지원 방안을 요지로 한 ‘2009년 세제개편안’ 발표에서 보듯이 ‘친서민 정책’의 틀에 빠져 정작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일 정부 고위 인사가 나서서 “이제는 기업이 투자에 나서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던 상투적인 구두개입마저도 이달 들어서는 사라졌다.

기업에 고용 창출을 요구하려면 우선 정부가 약속한 과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윤 장관은 취임 초부터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를 통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유난히 강조해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민영의료법인 도입을 통한 의료산업 선진화다. 생산액 10억 원당 투입되는 취업자 수인 취업유발계수는 의료산업이 19.5명으로 12.1명 수준인 제조업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그러나 서비스산업의 핵심인 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2월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낸 이후 3년째 방치되어 있다. 그만큼 어려운 과제다. 최근 재정부가 남해안관광벨트를 개발해 관광산업으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서비스산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핵심을 짚지 않고 변죽만 울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은) 이해관계자와 부처 간 갈등, 그리고 이를 책임지고 결정할 리더십의 부재로 아마 몇 년 뒤에도 변하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윤 장관은 “관련 부처의 협의가 순조로운 만큼 11월에는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디 정부 고위 인사의 고백성 발언이 잘못되었음을 윤 장관이 입증해주었으면 한다. 예비고사를 끝내고 본고사를 앞두고 있는 그의 진짜 성적표가 궁금해진다.

박현진 경제부 차장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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