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남상천]디지털시대에도 속기는 유용하다

  • 입력 2005년 2월 14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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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서울지역 중학교 교사 20명과 대학교수 2명을 대상으로 사흘 동안 하루 5시간씩 ‘속기(速記) 지도교사 교육’을 실시했다. 이는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중학생들에게 ‘멸종 단계’인 속기문자를 선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내가 가르친 속기는 5년의 연구 끝에 1956년 창안한 ‘남천식 속기문자’다. ‘한 음절을 한 획으로 하고, 소리를 적으며, 가로로 쓰는’ 3가지 원칙을 적용해 만든 것이라 나름대로 과학적이고 배우기도 쉽다. 한글은 통상 1분에 63자 안팎의 기록이 가능하다. 말은 1분에 250자 정도여서 받아 적기가 어렵다. 그러나 속기는 1분에 300자까지 기록할 수 있다. 일례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를 한글로 쓰자면 52번의 손동작(획)이 필요하지만 속기는 기본편으로만 써도 13획이면 충분하다.

이처럼 기록시간의 절약과 편리성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여전히 속기 보급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3년 전부터 몇몇 대학이 이를 교양과목으로 채택해 학생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계절학기도 열었다.

내 한평생은 식품가공사업을 한 ‘17년 외도’를 제외하곤 오로지 속기 보급에 매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속기를 실생활에 활용하면서 한글의 우수성을 깨닫고 올바른 언중생활을 해야 한다는 절실한 소망에서다. 나의 사후를 대비해 홈페이지(www.namcheonsokki.com)도 구축해 놓았다.

이제 속기를 배운다고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다만 일기를 쓰거나 수첩에 메모를 할 때 빠르고 정확하게 기록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속기가 21세기에도 간편하고 빠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명맥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남상천 남천속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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