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서울]영화 ‘오! 해피 데이’와 한강 노들섬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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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 해피 데이’에서 희지(장나라)는 연모하던 현준(박정철)과 헤어지게 되자 한강대교 아치에 올라 자살 소동을 벌인다(아래). 오른쪽에 노들섬이, 앞에는 한강철교와 63빌딩 일부가 보인다. 한강대교 아래 쪽에 있는 노들섬(위)은 흐르는 강물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모처럼 한적함에 젖어들 수 있는 비어 있는 섬이다. 장강명 기자
영화 ‘오! 해피 데이’에서 희지(장나라)는 연모하던 현준(박정철)과 헤어지게 되자 한강대교 아치에 올라 자살 소동을 벌인다(아래). 오른쪽에 노들섬이, 앞에는 한강철교와 63빌딩 일부가 보인다. 한강대교 아래 쪽에 있는 노들섬(위)은 흐르는 강물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모처럼 한적함에 젖어들 수 있는 비어 있는 섬이다. 장강명 기자
세계적인 리조트 체인 ‘클럽메드’의 잘 나가는 젊은 팀장 김현준(박정철). 유럽지사장으로 승진 발령이 나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공항으로 가던 택시는 시위대를 피해 한강대교(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동작구 노량진 사이)로 들어선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살 소동 때문에 차가 멈춘다.

만능 연예인 장나라가 엽기 스토커 공희지로 분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 영화 ‘오! 해피 데이’의 마지막 장면. 초조해진 현준은 택시에서 내려 아치 위를 바라본다. 이럴 수가…. 자살 소동을 벌이고 있는 여인은 얼마 전까지 자신을 쫓아다니던 성우 공희지가 아닌가.

한강대교는 실제로도 자살 소동이 자주 벌어지는 다리다. 지난해의 경우 무려 14명이 이곳에서 투신자살했다. 곡선미를 살려 만든 아치가 올라서기 쉽기 때문이다.

1917년 처음 다리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자살자가 많아 당시에도 ‘일촌대기(一寸待己·자살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라는 의미)’라는 푯말이 서 있었다. 현재는 아치에 윤활유를 발라 놓았다.

현준은 폴리스 라인을 뚫고 아치를 기어오른다. 현준의 설득으로 두 사람은 엉금엉금 기어 아치를 내려간다.

“그런데 진짜로 떨어질 생각은 아니었죠?”

“흥, 나를 모르시나본데 나는 한다면 하는 여자라고요. 놔! 으악!”

희지가 몸의 균형을 잃고 겨울 한강으로 떨어지자 현준은 망설임 없이 몸을 날린다. 119구조대가 곧 두 사람을 강에서 건져 한강대교 옆의 작은 섬에 내려놓는다. 하지만 희지의 몸은 움직이지 않고 의사는 고개를 젓는다.

다급해진 현준이 인공호흡을 시도하자 ‘역시나’ 희지의 의식이 돌아오고 인공호흡은 긴 입맞춤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며 일어서자 등장인물이 모두 나와 춤을 춘다. 만화 같은 설정이지만, 그래도 영화는 즐겁다.

이곳이 바로 서울시민들조차 그 존재를 잘 모르는 노들섬이다. 타원형으로 총 면적은 1만3725평이다.

섬 소유주인 ㈜건영이 팔겠다며 내놓은, 사실상 방치된 땅이다. 올해 4월 서울시 간부들이 “섬을 매입해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같은 문화공연장을 짓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으나 현재 진행 중인 구체적인 개발 계획은 없다.

한강대교의 양쪽 보도에 노들섬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섬 둘레에 포장길이 있다. 흐르는 푸른 강물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서울에 이런 빈 땅이 한 곳쯤 남아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바퀴 도는 데 20분가량 걸린다.

사람이 별로 없어 도심에서 맛보기 힘든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 간간이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을 만날 수 있다. 빈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들지만 한강시민공원사업소가 청소 등 관리를 하고 있어 지저분하지는 않다. 별다른 공원시설은 없다. 서쪽에는 회원제 테니스장이 있고 동쪽은 방치된 숲이다.

어느 곳이나 전망이 좋지만 특히 섬 서쪽을 걷다 보면 63빌딩과 한강철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섬에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어 밖에서 바라보면 한강대교와 어우러져 빼어난 야경을 연출한다.

찾아가기는 다소 불편하다. 한강대교에 버스 정류장이나 주차장이 없기 때문이다. 용산역이나 노량진역에서 15∼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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