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홈!]<4·끝>가족끼리 편지 교환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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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이제호 암센터장이 미국에 유학간 자녀와 채팅을 하며 그곳의 대학생활 및 고충을 듣고 있다.-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이제호 암센터장이 미국에 유학간 자녀와 채팅을 하며 그곳의 대학생활 및 고충을 듣고 있다.-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한국청소년개발원 이기철 사무국장(56)은 최근 결혼 6개월째인 아들(29) 부부에게 저녁식사 후 봉투 두 개를 건넸다. 평소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담담히 써내려간 편지였다.

“딸밖에 없는 장인, 장모를 정성을 다해 모셔라.”

“다른 문화의 집에 와 힘들겠지만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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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이 국장의 아들 내외는 전화를 걸어와 눈물 뒤범벅인 목소리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이패밀리의 이의수 사무총장은 “가족의 상황에 따라 편지, 전화, e메일, 가족 홈페이지나 블로그, 가족 일기장 등을 이용하면 대화가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이제호 교수(58·암센터장)는 유학 중인 세 자녀와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한다. 그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캘리포니아 버클리,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각각 유학 중인 자녀와 수시로 e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대화한다.

자녀는 전화로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미국생활을 사진과 함께 미주알고주알 알려준다. 덕분에 이 교수는 옆에서 지켜보는 것 이상으로 자녀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 교수는 온라인을 이용해 자녀의 생일날 케이크와 선물을 배달하기도 하고 아마존닷컴을 통해 수시로 책도 보낸다. 이 교수는 또 가족 블로그를 통해 각종 사진이나 좋은 글 등을 공유한다.

3대가 함께 메신저를 통해 가족애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 회사에 다니는 백준현씨(35)는 아들 승엽군(6)과 함께 호주에 공부하러 간 아내(35)에게 매일 시간을 정해 메신저를 보내고 있다. 이 공간에는 아버지나 장인도 수시로 들어온다.

이 밖에 가족끼리 편지 쓰는 날을 정해 실천하거나 자녀의 책가방이나 필통 도시락, 남편의 양복 안주머니, 아내의 핸드백 속에 쪽지편지를 넣는 것도 가족애를 살리는 좋은 방법이다.

컴퓨터를 잘 못하는 노부모에게는 정기적으로 전화를 하도록 한다.

삼성서울병원 영안실의 유효순 상례사는 “요즘 노인들이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도 있고 혼자 사는 노인이 숨진 지 며칠 뒤 발견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자신을 위해서라도 부모에게 자주 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전화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가족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효과도 있다.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대화가 살아있는 가정의 아이는 정신이 건강하게 자란다”며 “가족이 일주일에 한 번 가족회의를 하거나 꾸준히 편지나 전화를 주고받으면 가족애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 끝 ―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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