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영화파일]‘콜드 크릭’의 샤론 스톤

  • 입력 2004년 5월 20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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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마노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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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스톤 역시 한때는 이 바닥 지존이었다.

국내 상영 당시 우리 관객들은 검열 때문에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원초적 본능’에서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가 한 무리의 형사들을 앞에 놓고 슬쩍 꼬았던 다리를 바꿔 놓을 때 전 세계 박스오피스는 ‘요동 쳤다’.

킬링 타임용 액션영화 ‘형사 니코’에서 스티븐 시걸의 아내 역으로 나왔던 무명의 여배우가, ‘토탈 리콜’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거짓 아내 역으로 마치 체조를 하듯 어설픈 액션을 선보였던 2류 배우가 ‘원초적 본능’에서의 과감한 노출 연기 단 한 컷으로 일약 월드 스타로 등극했다.

‘무뇌아’ 수준의 경찰 코미디 ‘폴리스 아카데미’ 시리즈 몇 편에선가 경찰학교를 취재하는 여기자가 바로 샤론 스톤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녀야말로 아침에 일어나 보니 스타가 돼버린 전형적인 배우였다.

‘원초적…’ 이후 샤론 스톤은 수년간 승승장구했다. 오로지 샤론 스톤의 스타성 하나로 흥행을 밀고 간 작품이 한둘이 아니었다. 지금이야 ‘매트릭스’ 시리즈로 추앙받는 감독이 됐지만 한때는 자신의 재능을 죽이며 살아야 했던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바보 같은 액션영화 ‘스페셜리스트’는 순전히 샤론 스톤 한 명으로 먹혔던 영화다. 당시 그녀의 나이 이미 서른여섯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이때가 여배우로서는 최고로 ‘물’이 올랐던, 완숙한 미모를 선보였던 때였다. 이 영화의 베스트 신은 호텔 샤워 신. 실베스터 스탤론의 우람한 근육과 샤론 스톤의 쭉 빠진 나신이 물줄기에서 뒤엉키던 모습은 이 영화 최고의 흥행 포인트였다.

안타까운 것은 그녀가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한 나이가 이미 여배우로서는 늦은 때였다는 것. 할리우드 여배우가 대체로 그렇긴 하지만 그녀 역시 30대가 넘어서면서부터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이 얘기는 곧, 몸으로 연기하는 여배우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스타로서 인기와 권세를 누리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변신에 주력했다.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1995년 작 ‘카지노’는 그녀의 연기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해 준 작품이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샤론 스톤은 돈과 마약, 허영에 미쳐 점점 몰락해 가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하지만 ‘카지노’를 정점으로 그녀의 인기는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는데 샘 레이미 감독의 이상한 서부극 ‘퀵 앤 데드’, 프랑스 조르주 크루조 감독의 ‘디아볼릭’, 해양 SF ‘스피어’ 등은 모두 비교적 수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 면에서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샤론 스톤이 대규모 흥행작보다 개성 있는 소품, 심지어 독립영화 쪽으로 발길을 돌린 때가 그녀 나이 정확히 40세부터였다는 것은 뭔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 흥행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때론 ‘주연급’ 조연으로 나오면서 샤론 스톤은 오히려 종횡무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마이티’ ‘글로리아’ ‘뮤즈’ 등이 그런 작품이다.

국내에 새로 선보인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콜드 크릭’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거리다. 피기스가 웬일로 스릴러를 다 만들었을까 하는 점 하나, 미모가 스러져 가지만 샤론 스톤이 여전히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나 아닌 다른 사람, 혹은 내 집 울타리 바깥에 있는 외부 사람들에 대해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미국의 주류,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히스테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국 사회의 현재 징후를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말하면 일종의 권장 사회과학도서와 같은 영화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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