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대책후 첫학기]<8>대입제도와 내신

입력 2004-03-15 18:24수정 2009-10-10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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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고등학교 내신성적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지원한 학생들의 내신성적이 다 만점에 가까워 변별력이 없거든요.”(서울시내 모 대학 입학처장) 정부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학교생활기록부(내신) 반영 비율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대학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들은 고교별 학력 차이를 인정하는 방안과 일선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를 잠재울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학생부 중심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선 고교는 지역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내신 못 믿겠다”=교육인적자원부는 8월까지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대학이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전문위원은 “내신 비중을 늘리려면 모든 고교생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전국 고교생을 평가해 학교별 수준 차이를 담은 자료를 각 대학에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고교간 학력 차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현행 제도상 대학에 전형방법을 강요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대학이 받아들일 만한 내신 확대 방안을 만들 수 있느냐가 이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 교사들은 대학들이 ‘성적 부풀리기’를 부채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대가 학생부 성적을 석차백분율(성적이 상위 몇 %에 해당하는지 계산한 비율)로 반영하자 다른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특수목적고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절대평가(수우미양가)를 도입하면서 내신 부풀리기가 만연했다는 것.

▽고교별, 지역별 찬반 갈려=특목고와 서울 강남지역 고교는 학생부 비중 확대 방침에 반대하고 있지만 서울 강북지역 고교는 찬성하는 등 지역에 따른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본보 특별취재팀이 최근 서울시내 고교 학교운영위원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강남지역 학운위원의 67.3%가 이 방침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강북지역 학운위원의 59.2%는 찬성했다.

서울 A외국어고 교감은 “내신 반영률을 높이면 결국 외국어고 과학고가 쇠퇴한다”면서 “특목고 학생에 대해 별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 강북지역 K고 서모 교사는 “내신 비중 확대는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겼다.

▽“고교 등급 알고 있다”=서울 모 대학 입학관계자는 “지원자들의 학생부 교과 성적이 각각 출신고에서 몇 % 이내에 드는지를 분석하면 어느 고교가 성적을 얼마나 부풀리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한 대학 관계자는 “이미 어느 고교 출신 학생들의 실력이 우수한지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는 내신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 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있지만 내신 비중을 높이면 고교별 등급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가 2001년 전국 1847개 고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및 내신성적을 비교한 결과, 전교생 모두 수능 상위 10%인 고교가 3개교인 반면 재학생 중 단 한 명도 수능 상위 10% 이내에 들지 못한 학교가 823개교(45%)나 됐다.

▽보완책 마련해야=대학과 고교 관계자들은 학생부에 다양한 정보를 담고 내신성적을 상대평가로 바꾸는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균관대 황대준 입학처장은 “고교에서 학생부를 작성할 때 틀에 얽매이지 말고 세부적인 평가와 정보를 담으면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데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K여고 이모 교사는 “내신을 석차에 따른 상대평가로 바꾸고 교사의 평가권을 강화해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김영윤 학교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를 철저히 단속하는 한편 전문가 교원 학부모 등으로 ‘내신 평가 개선팀’을 구성해 내신의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홍성철 기자(팀장)

이헌진 이완배 손효림 길진균 조이영 정양환 유재동 전지원 기자(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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