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대' 빛과 그늘]<下>해외펀드 단기간 2∼3배 ‘대박’

  • 입력 2004년 2월 11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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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가 지난해 말 외환은행 인수로 얻은 평가이익은 얼마나 될까.

인수 당시 평균 매입 단가(주당 4245원)와 현재 주가(10일 종가로 7230원)를 비교하면 평가이익만 9726억원에 이른다. 석 달 만에 1조원에 가까운 평가이익을 얻은 셈.

론스타뿐만이 아니다. 국내 금융기관과 주요 기업의 ‘사냥’에 나선 상당수 해외펀드가 거액의 평가이익을 보거나 시세차익을 챙기고 있다. 선진경영으로 기업가치가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국부(國富) 유출’ 논란도 뜨겁다.

▽‘사냥터’ 활보하는 해외 사모(私募)펀드=금융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해외 사모펀드의 움직임이다. 특히 부실기업을 사들여 정상화시킨 뒤 시세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프라이빗에쿼티펀드(PEF)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이런 펀드에 누가 자금을 대는지 전주(錢主)의 신원은 분명하지 않다. 펀드 운영과 관련한 규제도 거의 없다.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조차 “전체 외국인 자금 흐름은 파악하고 있지만 해외 사모펀드의 동향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국내 기업을 노리는 대표적인 해외 사모펀드로는 한빛여신과 외환은행을 매입한 론스타, 한미은행을 쥐고 있는 칼라일, 제일은행과 하나로통신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진로와 국민은행에 투자한 골드만삭스, 플레너스와 LG카드 주식을 매입한 워버그핀커스, UBS캐피털, 맥쿼리 등 외국계 사모펀드의 국내 투자건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시티벤처캐피털의 경우 하이닉스 비메모리 부문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이러한 투자의 일부는 투자 원금의 2∼3배에 이르는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에도 손을 댄 론스타펀드는 서울 여의도 동양증권과 SKC 사옥을 매매해 300억원가량을, 골드만삭스는 대우증권 빌딩 매각으로 250억여원을 벌어들였다.

한미은행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칼라일도 최근 주가로 계산하면 두 배 이상의 차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소버린자산운용은 SK에 대한 투자로 평가이익이 6575억원(수익률 371%)에 이른다.

▽해외펀드의 ‘한국 기업’ 주식매집 어떻게 봐야 하나=해외펀드의 ‘한국기업’ 주식매집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랜드마크투신운용 최홍 사장은 “해외펀드 투자는 한국 기업이 하지 못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투명성 제고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펀드가 성공하는 경우는 10건 중 3, 4건에 그친다”며 “한국의 투자자들이 투자위험을 겁내 시도하지 못했던 일을 해외펀드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브리지캐피털 박병무 사장도 “해외펀드가 차익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의 실제 가치를 높여야 한다. 단기 투자로는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펀드의 투자목표는 ‘시세차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기껏해야 5년 안팎의 투자기간에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뉴브리지캐피털이 제일은행에 투자해서 얻은 게 과연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매각과정에서 ‘헐값’ 논란이 불거진 일부 금융회사의 매각은 ‘국부 유출’ 주장이 여전히 거세다.

외환은행이 LG카드 사태 해결을 위한 채권단 합의사항을 거부한 것은 ‘론스타의 이익이 우선이지, 한국의 금융시장 안정은 뒷전’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최근 3년간 외국 펀드(기업)가 한국 부동산에 투자한 사례
2001년
건물건물평수금액(백만원)매도자매수자
코오롱본사8,933.0062,500코오롱모건스탠리
스타타워64,255.00663,200현대산업개발론스타
SKC11,993.5266,000SKC론스타
대우증권11,650.0047,600대우증권골드만 삭스
논노4,005.0024,000논노모건스탠리
한효8,366.0060,000경남모직리먼 브러더스
2002년
현대상선
(무교동)
4,974.0035,000현대상선모건스탠리
거양4,802.0032,000포항제철장학재단모건스탠리
갑을4,276.0030,000갑을 모건스탠리
골드타워4,234.0023,000골드상호신용금고 모건스탠리
두루넷6,456.3138,000두루넷칼라일 아시아 릴이스테이트
2003년
대우증권11,675.9072,000골드만삭스슈로더(맥쿼리은행)
SKC11,993.5280,000론스타슈로더(맥쿼리은행)
동양증권12,809.9780,000론스타슈로더(맥쿼리은행)
은석빌딩
2개동
15,874.9096,000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로담코
한솔18,981.27160,000교보생명GRA
극동22,764.03158,700극동건설맥쿼리(CR리츠)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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