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29…아메 아메 후레 후레(5)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18분


코멘트
솔 솔 살랑 살랑 솔 솔 살랑 살랑, 종남산에서 불어와 강 위를 달리면서 기세를 더한 남풍에 갈대 잎이 불길처럼 술렁이고, 민철 할배의 하얗고 긴 수염이 나부끼고, 아이스케키를 파는 소년의 밀짚모자가 날아가 강에 떨어지고, 둑에서 걸음마를 연습하는 남자아이의 손에 들린 바람개비가 빙빙 돌아간다. 그러다 소녀들의 발치에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풀처럼 달려오는가 싶더니 세 치맛자락을 한꺼번에 휘감아 올리고, 휘-잉 아랑각과 영남루와 신사가 있는 산꼭대기 방공감시소까지 단숨에 달려 올라갔다.

에이코가 입에 들어간 머리카락을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으로 빼는데, 삼문동 감자밭 저편에서 달려오는 구니모토 형제의 모습이 보였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직은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데 기차소리처럼 숨소리가 다가온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빠르다, 아까보다 훨씬, 자신마저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소리에 맞춰 숨을 쉴 것만 같은 에이코는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케이코는 겨드랑이에 끼고 있는 고무줄을 한 손으로 누르면서 폴짝 뛰었다.

아메 아메 후레 후레

카아상가

쟈노메데 오무카이

우레시이나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

왔다! 에이코는 오른발로 뛰고 왼발을 밖으로 내밀고는 움직임을 멈추고 똑바로 그 얼굴을 보았다. 긴장감보다는 두려움에 에이코의 눈이 어두워졌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중요한 순간이란 느낌이다, 우연이 아니다, 지금 내가 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운명이다, 에이코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 쪽으로 살짝 기운 얼굴이 매정하게 보이리만큼 수려하고, 숨을 내쉬는 입술, 땀으로 젖은 넓은 이마, 밝고 깊은 눈길은 타오르듯 빛났다. 왔다! 왔다! 에이코는 우곤의 숨소리에 맞춰 오르내리는 자기 가슴을 느끼고, 다시 노래하며 뛰었다!

카케마쇼 가방오

카아상노

아토카라 유코유코

카네가 나루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

글 유미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