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02]LG패션 경남 양산공장 최고공장 자부심 대단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38분


신사복 한 벌을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할 공정은 280여가지. 한 공정이라도 잘못되면 불량품이 생긴다. 경남 양산시 유산동 LG패션 양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양산〓박형준기자
신사복 한 벌을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할 공정은 280여가지. 한 공정이라도 잘못되면 불량품이 생긴다. 경남 양산시 유산동 LG패션 양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양산〓박형준기자
‘어, 봉제공장 맞아? 왜 이렇게 깨끗하지?’

경남 양산시 유산동 LG패션 양산공장에 가면 이런 의문이 떠오른다. 마치 반도체 공장처럼 바닥에 먼지조차 없기 때문.

“청소는 과외업무가 아니라 ‘하나의 공정’입니다. 10초라도 여유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진공청소기를 돌리죠. 작업환경도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양산공장을 총 책임지는 LG상사 패션사업팀 조원준 팀장은 “중국과 같은 조건이어서는 중국의 값싼 제품을 이겨낼 수 없다”며 “깨끗한 환경과 직원 복지는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옷에 혼을 불어넣다〓양산공장은 1985년 세워졌다. 당시는 고만고만한 봉제공장 가운데 하나였다.

1990년도 들어 봉제업은 사양(斜陽)산업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회사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LG패션은 오히려 양산공장에 투자를 더 늘렸다. ‘사람이 있으면 옷은 입기 마련이며 사양기업은 있을지언정 사양산업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개혁은 우선 ‘불량품 없애기’에 맞춰졌다. 공장 안에 쌓인 불량 옷들을 모두 정리했다. 불량품을 옆에 두면 직원들이 하자에 무감각해지기 때문. 또 ‘문제 의류’들을 따로 모아 한 달에 한번 ‘화형식’을 했다. 일정 기준에 못 미치면 가차없이 재로 변했다.

직원들의 의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충 만들어서는 안 되겠구나’는 생각이 퍼진 것.

▽깐깐한 품질 기준〓“한국 의류가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이탈리아 제품보다 떨어지지만 제품 질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조 팀장)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철저한 품질관리가 있었다.

2000년 초 LG패션은 품질고문으로 일본 패션업계 전문기술자인 와타나베 요시아키(渡邊義明·64)를 고용했다. 한국에서 만든 옷을 일본의 잣대로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공장 게시판에는 ‘중대한 결점’ ‘개선 사례’ 등을 적어놓는 공간을 설치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개선 사례를 적은 직원에게는 현금으로 포상도 했다.

생산성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96년 중대한 결점이 있을 확률이 8812ppm(100만개 중 8812개 이내)에서 지난해 171ppm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노동 생산성은 시간당 0.46벌에서 0.54벌로 높아졌다.

조 팀장은 “사양산업도 세계 1등이 되면 그만큼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며 “모든 봉제공장이 중국으로 이전하더라도 LG패션 양산공장은 한국에 남아 세계 최고의 공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